지난 3.4분기가 경기바닥이었을 가능성을 시사했던 지표경기(GDP)와는 달리 체감경기는 여전히 게걸음질을 치고 있다.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3.4분기 국민총소득(GNI) 성장률은 거의 제자리 걸음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역조건 악화로 국민들의 실질 구매력은 제자리를 맴돈 셈이다. 특히 저축률이 투자율을 간신히 웃도는 점도 앞으로 경제운용에 주의해야 할 대목. 내수소비 위주의 경기진작책으론 곧 한계에 이른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 경제의 종합성적표(GDP,GNI)를 보면 역시 '수출만이 살길'임을 재확인케 한다. ◇ 체감경기 부진 =3.4분기 실질 GNI 성장률은 전년동기 대비 0.2% 성장에 그쳤다. 전분기 1.0%보다 훨씬 못하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1.8%와의 격차 만큼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기는 더 나쁜 셈이다. 체감경기 부진은 무엇보다 교역조건 악화로 3.4분기중 실질 무역손실이 18조2천6백91억원에 달한데 원인이 있다. 싸게 팔고 비싸게 수입해 국부가 그만큼 빠져 나갔다는 얘기다. 교역조건이 악화되면 기업 수익성이 나빠지고 임금.고용사정도 악화돼 개개인이 고통을 받게 된다. ◇ 호전신호는 없나 =GNI 성장률이 전분기보다 1.7%로 높아진 점은 일단 경기호전의 긍정적인 신호다. 정정호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유가하락 반도체가격 상승 등으로 교역조건이 전분기보다 1.5% 개선됐기 때문"이라며 "이를 경기회복 신호로 보려면 4.4분기에도 성장세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외채는 꾸준히 줄고 외환보유액은 늘어 해외로 빠져 나가는 '요소소득'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여서 체감경기와 지표경기의 괴리를 좁힐 것으로 기대된다. ◇ 걱정되는 저축률 하락 =3.4분기 저축률은 27.8%. 지난 86년 1.4분기(25.5%) 이후 15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내 총투자율(26.3%)과 불과 1.5%포인트 차이다. 한은은 올해 저축률이 30%를 밑돌 것으로 보고 있다. 저축률 하락은 앞으로 본격 경기회복시 투자수요를 저축으로 감당 못해 외채에 의존해야 하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 한은은 그래서 내년 하반기 경기가 너무 빨리 회복돼도 걱정(경상수지 악화)이라고 지적했다. ◇ 올해도 1인당 1만달러 어렵다 =작년 1인당 국민소득은 9천6백28달러다. 올 3.4분기까지 명목 GNI 성장률이 4.4%여서 환율요인만 없다면 1만달러를 넘긴다. 그러나 환율은 올 1∼11월중 15%나 급등해 국민소득 증가분을 모두 잠식해 버렸다. 결국 9천달러 안팎에 그칠 전망이다. 1인당 소득은 지난 97년 1인당 1만3백7달러가 가장 높았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