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통합이 무산된 데 이어 정부의 철도 및 가스산업 민영화작업도 차질을 빚고 있다. 정치권이 내년 대통령선거 및 지방선거를 의식,민영화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노조 등의 눈치를 살피며 관련 법안의 처리를 유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4일 국무회의를 열고 '철도산업발전 및 구조개혁에 관한법안'과 '한국철도시설 공단 법안'등 철도민영화 관련법안들을 의결,국회에 제출했다. 골자는 철도청과 고속철도건설공단을 해체,철도시설의 건설과 자산관리는 내년 7월 발족예정인 철도시설공단에 맡기되 운영은 2003년 7월 전액 정부출자로 설립되는 공사에 넘겨 단계적으로 민영화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당도 법안처리에 반대하고 있어 조기 통과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민주당 박종우 정책위 의장은 "정부의 관계법이 국회에서 상정되기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고,"지금 추진했다가 반발이 거세지면 나중에 추진하기도 어려워진다"(이인제 고문) "민영화에 맞지않는 산업도 있다"(노무현 고문)는 견해도 제기됐다. 가스산업 민영화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가스공사법'과 '도시가스법' '에너지위원회법'등 가스공사 민영화 관련 3개법안을 국회 산자위에 제출했지만,여야 모두 반대기류가 지배적이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지난 99년에 1차로 유상증자(1천2백억원)와 구주매각(3백억원) 등을 통해 정부지분을 51%에서 26%로 낮춰 남은 지분만 팔면 된다"며 민영화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산자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서두를 사안이 아니다"며 '속도조절론'을 내세워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민주당 김택기 의원은 "가스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적어도 한개 회사는 정부에서 맡아 운영해야 투명성 제고 등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황승민 의원도 "민영화되자 마자 가스료가 최소 8.5% 오를 것"이라며 "민간기업에 공적부문을 전적으로 맡길 수는 없다"고 가세했다. 이에 따라 내년 대선을 감안할 때 철도 및 가스산업 민영화 관련 법안들은 정치논리에 밀려 장기표류상태에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재창·김병일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