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과 제일은행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중인 기업의 처리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처리방향이 문제가 된 동국무역과 신호제지는 채권은행간 갈등으로 `사공 많은배가 산으로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일 채권단에 따르면 제일은행이 주채권은행인 동국무역과 신호제지의 워크아웃처리방안을 논의하면서 산업은행은 `클린화(회사 재무.영업구조 건전화)'를 위해 회사분할방안을 제시했으나 제일은행 등이 반대, 워크아웃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산은은 당국이 지난 8월 워크아웃 기업 조속처리 방침을 밝힌 이후 채권금융기관회의를 통해 "동국무역의 경우 내년 3월 상장폐지 예정이기 때문에 금융기관들이출자전환을 통한 전환사채(CB) 발행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신속한 회사분할을통해 부실화된 부분을 털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제일은행은 ▲산은(채권비율 19%) 단독안에 대해 다른 채권기관이 동의하지 않고 있으며 ▲영업활동을 통해 원리금상환을 하고 있는 회사를 분할하는 것은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를 대며 맞섰다. 이에 대해 산은 관계자들은 "제일은행이 예금보험공사와 맺은 풋백옵션(손실보전) 조항에 따라 워크아웃 기업의 부실화채권을 2002년까지 보전받을 수있다는 점을이용해 신속한 처리를 지연시키려하고 있다"면서 "이는 새로운 형태의 모럴해저드"라고 제일은행측을 비난했다. 신호제지의 처리에 있어서도 전체채권의 30%를 보유하고 있는 산업은행이 회사분할을 통한 클린화를 주장하고 있으나 주채권은행인 제일은행은 소극적인 입장을보이고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산은이 주장하는 회사분할안을 추진하기 위한 사전조치로이달 중순부터 두 회사에 대한 실사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산은 관계자는 "실사작업이 최소 4-5주가 걸릴 것으로 보이는데, 동국무역의 경우 상장폐지가 3월말로 임박해있어 시간이 소진되는 상황이 안타깝다"면서 "제일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서의 의무를 제대로 행사하지 않을 바에는 주채권은행을 넘겨야한다"고 말했다. 산은측은 자기자본 600억원에 올해말로 8천억원의 자본잠식이 예상되는 동국무역은 신속하게 회사분할을 통해 부실을 털어내야 대우중공업처럼 경영정상화를 도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모럴해저드 주장에 대해 제일은행측은 "보유채권의 특성상 산업은행은 담보채권이 많아 회사분할시 채권가치를 유리하게 행사할 수 있다"면서 "자신들에게만 유리한 안을 고집할 경우 다른 채권기관들이 동의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우탁기자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