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경기회복을 앞당기고 향후 경기가 호전될 때의 수익원 확보를 위해 기업들의 설비투자 대출에 힘을 쓰고 있다. 국민은행 김정태 은행장은 이날 오전 열린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과 17개 은행장의 간담회에서 연말까지 1조원을 기업 설비투자 자금으로 대출한다는 목표아래 기업들의 설비투자 자금 수요를 창출하도록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6일 전했다. 또 정건용 산업은행 총재도 불황인 지금이 오히려 설비투자 적기라고 판단, 설비투자 대출 확대를 적극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정 총재는 이어 조만간 설비투자 로드쇼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들 은행이 위축된 기업설비 투자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대출 판매 활동에 나선 것은 지금같은 불황기에 기업들의 설비투자에 자금을 지원해야 향후 경기가 호전될때 은행의 수익원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또한 은행 뿐만 아니라 모든 금융권이 경쟁적으로 매달린 가계대출 시장도 포화수준에 이르러 이제부턴 연체율 상승을 걱정해야 하는 단계에 도달한 것도 배경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은행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경기 호황기에는 대출취급기준을 완화해 대출을 확대하고 침체기에는 오히려 기준을 강화해 대출을 축소함으로써 경기변동에 따른 진폭을 확대시켜 경제의 불안요인을 주고 있다고 지적해온 정부의 진단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금감위 김석동 감독정책국장은 "은행의 자발적인 상업적 마인드와 정부의 정책사이에 접점이 발견된 것"이라며 "김정태 국민은행장의 경우 '기업에의 직접 대출이 아니더라도 펀드 형태 같은 간접 대출이 가능한 상품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부와 일부 은행의 이러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경기회복 시기와 반등 정도의 불투명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어느 정도나 기업들의 설비투자를 유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우기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