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고성장이 예상되는 생명기술(BT)의 잠재력에 비해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정보기술(IT) 등 다른 신기술 산업은 어느 정도의 응용기술만 있어도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있는 반면 바이오 벤처기업은 장기간 기술을 축적하거나 원천기술을 갖지 않으면 사업에 실패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200년 말을 기준으로 중기청으로부터 벤처기업 인증을 받은 업체는 모두 9천8백25개사에 달한다. 이 가운데 바이오 벤처기업은 3백76개사로 전체 벤처기업 인증업체의 3.8%에 불과하다. 특히 생명기술 붐이 일어난 지난 99년과 지난해 초까지 바이오 벤처기업 창업이 급증했으나 지난해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주춤하는 추세다. 또 코스닥에 등록한 바이오 벤처기업은 지난 6월말 현재 마크로젠 대성미생물연구소 등 7개사로 전체 코스닥 등록기업의 1.1%에 불과했다. 미국의 나스닥(NASDAQ)에 상장한 바이오 기업(1백97개사)에 비해서도 턱없이 적은 실정이다. 바이오 기업을 업종별로 보면 의약 분야가 34%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식품(15%) 환경(14%) 소재(12%) 농업(10%) 의료기기(9%) 등의 분야가 비슷한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나스닥 상장기업이 대부분 부가가치가 높은 신약 개발에 집중돼 있는 점에 비춰보면 아직 국내 바이오 산업이 초창기에 머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업력(業歷)이 3년 미만인 99년 이후 창업 회사가 전체 바이오 벤처기업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바이오 기술 수준은 선진국의 약 60%에 불과하며 안전성 평가 등 산업화 기술이 상대적으로 낙후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내국인의 바이오 특허출원이 외국 기술을 베끼거나 개량하는 수준에 그쳐 원천기술과 생물유전자 확보 등 핵심 기반기술이 취약한 상태다. 이 때문에 바이오 전문가들은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 가운데 30%만이 외국 업체와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연구개발자 출신이 76%에 달하고 있다. 대학 교수와 연구원 등이 실험실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창업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다. 이들은 기업 경영 경험이 미흡해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성장 단계로 접어들 때는 전문 경영인 영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의 바이오 기업도 창업 단계에선 교수 연구원 의사 등 연구개발자가 CEO를 맡는 비중(59%)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기업 공개 후엔 기업체 출신의 전문 경영인(60%)을 CEO로 앉혀 마케팅과 경영관리를 강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한편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의 85% 이상이 서울 경기 충청 지역에 산재, 지역 편중현상이 극심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서울에는 40% 이상의 업체가 밀집해 있다. 이들 지역에 정보 자금 기술 등이 집중된 탓이다. 산업자원부는 이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와 공동으로 지역 특성에 맞는 생물산업 집적단지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