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을 하는 건지 점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한 민간경제연구소에서 거시경제 전망을 담당하는 B연구위원의 자조섞인 고백이다. "원래 전망은 틀리기 마련이라지만 요즘처럼 경기 전망하기가 힘이 든 적이 없었다"는 푸념도 함께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국내 경제연구소들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약 5∼6%로 예상했다. 심지어 어떤 연구소는 7%대 전망치도 내놓았고 이런 분위기속에서 올초엔 '경기 바닥쳤다','3·4분기에 경기저점 찍는다' 등의 목소리까지 나왔다. 하지만 2·4분기 들어 미국 경기가 급랭,국내 수출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상황은 1백80도 달라졌다. 연구소들은 앞다퉈 성장 전망치를 4%대로 낮춰잡았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기침체는 예상보다 심각했고 여기에 테러라는 돌발 악재까지 발생했다. 연구소들은 결국 "도대체 전망을 어떻게 하길래 수치가 이렇게 널을 뛰냐"는 주변의 질책을 뒤로 한 채 최근 2∼3%대의 수정 전망치를 또 내놨다. B연구위원은 "미국의 보복전쟁이 끝나면 한번 더 전망을 수정해야 할 판"이라며 "낙관적 수치가 줄을 이을지 또 아냐"며 실없는 웃음을 지었다. '고무줄 전망'이라는 주위의 비난에 대해 연구원들도 할 말은 있다. 성장률 전망의 핵심 기초자료인 산업활동 지표가 해당기간보다 한 달쯤 지나서야 나온다. 그나마도 '잠정치'다. 불충분한 지표를 갖고 계량모델을 돌리는 것도 버거운 판에 각종 경제정책 변수나 정치·경제 상황,주변국 동향 등 갖가지 주관적 변수까지 고려해야 한다. 결국 요즘처럼 '시국이 하 수상'할 때는 그저 '지켜보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다는 하소연이다. 연구위원들에게 요즘 한가지 걱정꺼리가 더해졌다. 정부가 현재의 경기 침체를 모두 미국 경기의 악화와 테러사태 탓으로 돌려버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한국의 경기 회복 여부가 미국 경기의 향배에 크게 좌우되는 것은 사실이지만,금융·기업 부실 등 내부 결함때문에 외부로부터의 충격이 증폭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연구위원들이 구조조정과 부실처리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는 '원론' 차원의 정책제언을 쉼없이 내놓고 있는 것은 바로 그런 까닭에서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