탯줄이 채 잘리진 않은 신생아, 키스하는 신부와 수녀, 벌거벗은 에이즈환자의 시체... 정지된 사진속에는 'UNITED COLORS OF BENETTON'이라는 녹색 띠 외에 아무런 문구도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맞수갑을 채운 흑인남자와 백인남자의 손, 흑인여인의 젖을 빠는 백인 아기 등 베네통의 광고는 기괴하고 상식을 벗어나 있다. 시대의 변화와 사람들의 욕망을 잡아낼 줄 아는 힘이 담겨져 있다. 1985년 고르바초프가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의 일화다. 베네통사는 파리 도로를 자사의 광고사진으로 도배했다. 미국과 구 소련의 국기를 각각 몸에 휘감은 두 흑인 아이가 입을 맞추는 모습을 담은 광고였다. 어리둥절해진 고르바초프는 측근에게 물었다고 한다. "도대체 저 베네통이란 사람은 누구요?" 루치아노 베네통 회장은 "우리의 홍보전략은 제품 대신 사회적 이슈를 팔자는 것"이라며 "세계인 모두 옷 색깔 만으로 우리 제품을 구별할 수 있듯 한 컷의 사진만으로 베네통 이미지를 떠올린다"고 말했다. 베네통 광고를 말할때 패션사진작가 올리베로 토스카니를 빼놓을 수 없다. 다혈질에다 극단적인 성격을 가진 그는 "베네통이 단순한 스웨터 공장이 아니라 차별화된 패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내 사진의 공이 크다"고 공언하고 다녔다. 그러나 베네통 광고가 누구에게나 환영받는 것은 아니었다. HIV 양성이라는 스탬프가 찍힌 한 벌거벗은 남자의 사진은 '인간을 상품화한 파렴치한 행위'라는 비난을 받았다. 미국에서는 한때 구매거부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사형수 광고사진이 법정소송에 휘말리는 등 베네통 광고를 둘러싸고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