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엔 약세의 급진전으로 모처럼 큰 폭으로 올라 3주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달러/엔 환율이 121엔대로 성큼 올라서는 등 달러 강세 전망이 널리 퍼지면서 오름폭이 컸다. 그러나 고점 매도 시점을 타진하던 물량의 공급으로 상승은 현격히 제한됐으며 장중 움직임은 최근과 마찬가지로 둔했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발표에 따른 달러/엔의 추가 상승 여부에 더듬이를 세우고 있지만 물량 부담을 느끼고 있는 달러/원은 1,290원을 넘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4.90원 오른 1,286.90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14일 1,288.50원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며 나흘째 상승세를 탄 것. 달러/엔은 전날보다 2엔 가량 급등한데 비해 달러/원은 5원안팎의 상승세에 그쳐 상승 탄력은 크지 않았다. 이에 따라 엔/원 환율은 최근 1,075원을 넘어서기도 했으나 이날 1,059원선까지 내려앉았다. ◆ 달러/엔 상승과 물량과의 기 싸움 = 달러/엔이 120엔 아래로 내려서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지만 추가 상승도 반기 결산을 앞둔 일본 업체들의 송금으로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달러/엔과 방향을 같이 하면서도 물량 부담을 느끼고 있어 레벨이 올라선 수준에서 횡보할 가능성이 커졌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개장가가 높게 형성된데다 네고물량이 나오면서 한단계 높아진 레벨에서 거래가 이뤄졌을 뿐 장중 등락은 크지 않았다"며 "달러/엔이 상승 요인이 가득하지만 급등에 따른 조정 가능성으로 급등의 여지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일은 주말을 앞두고 포지션 정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고 달러/엔이 121엔을 지탱한다면 1,285원을 지지될 것"이라며 "거래는 1,283∼1,289원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무디스의 일본 국채신용등급 하향조정과 일본 GDP 등이 달러/엔을 120.80엔에 지지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국내서는 매물벽이 두터워 달러/엔 올라가는 속도에 맞추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역내에서 매수 세력이 강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일은 1,284∼1,288원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 달러/엔 환율의 도약 = 이날 환율 상승과 모처럼 거래 범위를 띄워놓은 요인은 달러/엔이었다. 전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119엔대를 누비던 달러/엔이 하루새 121엔대로 껑충 뛰어버린 것. 달러/엔 환율은 오후 5시 현재 121.34엔을 가리키는 등 3주중 최고치를 보이며 상승 요인이 빗발치고 있다. 전날 미국 오닐 재무장관의 강한 달러 정책 재확인과 일본의 4∼6월 국내총생산(GDP) 악화가능성이 '달러 강세-엔 약세'를 조장하며 120.63엔으로 마친 데 이어 오전장부터 121엔 상향돌파를 거듭 시도했다. 이어 무디스사가 엔화표시 일본 국채 신용등급을 부정적 검토대상으로 분류한다는 발표가 상승세에 기름을 부었다. 최근 미국 경기 회복의 징후를 드러내는 경제지표에 이어 미국의 강한 달러 정책에 대한 재확인이 달러화 강세를 이끌면서 엔화에 대한 달러화 약세 행진이 매듭지어지고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다만 121엔대 위에서 일본 수출업체들의 달러 매물을 해소에 다소 시간이 걸리는데다 9월 20일까지 반기 결산을 앞둔 일본 업체들의 송금 등으로 달러/엔의 상승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역외세력은 개장초 달러/엔 상승을 보고 달러매수에 나선 데 이어 오후에도 시장 분위기를 달러 강세로 몰고 가려는 듯 매수에 가담했다. 밤새 NDF시장에서의 역외매수세의 연장 여부에 따라 달러 강세에 대한 역외세력의 인식을 엿볼 수 있을 듯. 업체들은 기준율보다 4원가량 오른 1,286∼1,287원에서 물량을 출회하면서 물량 부담을 느끼게끔 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전날보다 5원이나 급등한 1,287원에 시작한 환율은 개장 직후 오름폭을 조금씩 높이며 1,287.50원까지 올랐다. 밤새 역외선물환(NDF)환율이 달러/엔 환율의 급등으로 1,288원까지 치달은 끝에 1,287/1,288원에 마감한 상황을 이었다. 이후 환율은 네고 물량 출회 등으로 추가 상승은 억제된 가운데 오름폭을 낮춰 10시 49분경 이날 저점인 1,285.40원까지 내린 뒤 소폭 되올라 1,286원선을 거닐다가 1,286.20원에 오전을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10원 오른 1,286.3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달러/엔의 상승 가도에 자극받아 1,287원까지 도달한 뒤 한동안 1,286원선을 거닐었다. 이후 달러/엔이 121.40엔대까지 추가 상승하자 환율은 2시 20분경 1,287.70원까지 고점을 높인 뒤 물량 부담에 다소 밀리면서 1,286∼1,287원 언저리를 오가면서 횡보했다. 장중 고점은 1,287.70원, 저점은 1,285.40원으로 전날보다 4원이상 올라선 수준임에도 하루 변동폭은 불과 2.30원에 그쳐 최근의 위축된 변동성을 유지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101억원의 매도우위를 기록한 반면 코병黴쳄恙【??55억원의 매수우위였다. 두 시장 통틀어 사흘만에 주식 팔자쪽에 무게를 뒀으나 환율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5억9,42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7억1,76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4억9,800만달러, 4억810만달러가 거래됐다. 7일 기준환율은 1,286.6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