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이 미국 역대 대통령중 닉슨에 이어 두번째로 긴 27일간의 여름휴가를 마치고 30일 워싱턴DC로 돌아왔다. 텍사스주에 있는 자신의 크로포드목장에서 고향 친구들과 골프를 즐기는 모습이 TV에 비쳐질 때마다 장기 휴가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개혁초안 발표,오토바이 회사 할리데이비슨 공장 및 피츠버그 철강노동자 방문,합참의장 임명 등 수많은 행사를 치러내 스스로 이름붙인 '근로 휴가'를 효율적으로 끝냈다는 평가도 많다. 1천6백에이커에 달하는 목장에서 직접 차를 운전하고 못질과 톱질을 마다하지 않는 서민적인 풍모도 보여줬다. '마음의 고향' 여행을 마친 부시 대통령은 이제 의회와의 힘겨운 전쟁을 치러야 한다. 그가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세금감면 정책으로 클린턴 전 행정부가 쌓아놓은 재정흑자를 다 까먹었다는 비판이 의회에서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의회 예산국이 지난 28일 내놓은 중장기 재정전망은 백악관의 전망보다 우울하다. 백악관은 일반예산과 별도 계정으로 처리되는 사회보장기금을 제외하더라도 올해와 내년에 각각 10억달러의 흑자를 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회보장기금 흑자까지 합한다면 올해는 1천5백80억달러,내년엔 1천7백30억달러의 흑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감세정책은 흔들림없이 추진돼야 한다는 게 백악관의 논리다. 의회는 그러나 올해 사회보장기금에서 90억달러를 전용해야만 필요한 지출수요를 가까스로 맞출 수 있다는 전망치를 내놓았다. 야당인 민주당은 특히 감세정책이 무모하다며 줄어들 흑자를 감안해 내년 예산안을 다시 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부시는 장기 휴가에 대한 비판이 나올 때마다 "워싱턴DC가 모든 지혜를 주지는 않는다"며 크로포드 목장 휴가를 옹호했다. 그는 이제 의회에 맞설 정교한 논리를 짜내야만 하는 부담을 안고 워싱턴DC로 돌아왔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