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기억이 안 나니?" 숫자로 된 브랜드는 소비자의 기억에 확실하게 각인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브랜드 번호를 무의식적으로 기억해 낼 수 있어야 시장을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광고주들은 숫자를 기억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 숫자를 발음이 비슷한 단어로 바꾸는가 하면 로고송을 만들기도 하고 반복해서 들려주는 방식을 취하기도 한다. 최근 전파를 타기 시작한 KTF의 휴대폰 국제전화 "00345"는 "345"를 비슷한 소리의 "참싸요"로 바꾸는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영화 JSA의 빛나는 조연 신하균씨가 엿장수로 출연해 "메밀묵 사~려"와 같은 톤으로 "삼사오 참싸요"를 반복한다. 휴대폰 벨소리 서비스인 "700-5782"도 숫자를 말로 전환해 히트를 쳤다. 탤런트 차태현과 여자모델이 오토바이를 타는 장면을 배경으로 "5782"를 "고쳐 빨리"로 발음한다. 5782를 통해 벨소리를 빨리 고치라는 메시지. 말로 바꾸기 어려운 숫자브랜드는 로고송을 제작하는 전략을 많이 쓴다. 휴대폰 벨소리 서비스의 대표번호로 기억되는 "700-5425"는 감미로운 여자목소리로 "오사-이오"라는 로고송을 불러 대박을 터뜨렸다. 휴대폰 국제전화서비스인 SK텔링크의 "00700"도 "공공칠 공-공"이라는 로고송으로 인지도를 높였다. 지겨울 정도로 숫자를 반복하는 것도 상용수법이다. 피자헛 광고는 "맛있다","한판 더 먹을까"등의 모든 대사를 자막으로 처리하고 모델들이 연신 "1588-5588"만 외쳐댄다. 1588-5588로 주문하면 전국 어디서나 가장 가까운 지점에서 피자를 배달해준다는 메시지. 숫자브랜드들이 숫자를 기억시키기 위해 고심하는 반면 멀쩡한 상품명을 숫자로 만들어 호기심을 유발하는 역발상 광고도 등장했다. 롯데제과 제크는 난수표처럼 보이는 숫자로 이뤄진 광고를 선보이고 있다. 비가 내리는 창가에서 소녀가 주문을 외듯 쉼없이 "4 5683 983"을 중얼거린다. 이 숫자를 휴대폰으로 누르면 "I love you"란 문장이 창에 뜬다. 암호해독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타깃층인 N세대의 감각을 자극하고 있는 것. 숫자광고는 011,012,015,016,017,018.082 등의 통신서비스가 등장한 4~5년 전부터 본격화됐다. 당시 가장 고전적인 수법은 고유번호 앞에 브랜드의 특징을 나타내는 수사를 붙이는 방식. 소비자들은 원샷(018) 터치터치(002) 스피드(011)등의 단어를 통해 번호를 외우게 된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도 많다. 017은 유니폼넘버가 17번인 포항제철 축구단의 박태하 선수를 모델로 채택해 화제를 모았다. 국제전화 001도 안경옆에 검지손가락을 붙여 "001"을 형상화하는 기발함을 선보였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