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릴 예정인 세계무역기구(WTO) 제4차 각료회의를 앞두고 제네바에서는 연일 공식·비공식으로 회원국 회의와 분야별 이사회가 개최되는 등 뉴라운드를 출범시키기 위한 정지작업이 한창이라고 한다. 지난달 20일부터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열렸던 G8(선진 8개국) 정상회담에서도 이번 WTO 각료회의에서 뉴라운드 협상을 출범시키도록 노력한다는데 합의한바 있어 급물살을 타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지난 99년 제3차 시애틀 각료회의에서 회원국 상호간의 큰 견해차로 출범 자체가 무산됐던 경험이 있고,지금도 국별 이해상충이 그 때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점에서 성공 가능성을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최근의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개방을 통한 상호 시장접근성의 확대가 필요하다는데 각국이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 만큼 출범을 전제로 한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본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세계교역의 자유화 확대를 적극 지지하는 입장이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뉴라운드가 조속히 추진돼야 한다는데 이의가 있을 수 없다. 다만 우리는 국가의 경제발전단계나 구조적 특성을 무시한채 무차별적인 개방으로 개발도상국 또는 특정국가들이 일방적인 피해를 입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고 본다. 우리나라가 농업분야의 점진적 개방과 서비스시장 개방의 자율성 확대,반덤핑규제 남용억제 등을 골자로 한 기본입장을 WTO에 제시한 것도 그런 점을 고려한 것이다. 문제는 그같은 우리의 입장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관철시키느냐다. 뉴라운드는 모든 나라들이 참여하는 다자간 협상인 탓에 확고한 원칙과 치밀한 전략이 전제되지 않으면 낭패를 보기 쉽다. 따라서 정부는 지난 93년 말 끝난 우루과이라운드의 '실패 사례'를 재현하지 않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외교통상부를 중심으로 관련부처,연구기관 및 민간업계 대표들이 모여 뉴라운드에 대비한 전략을 충분히 점검한 것으로 우리는 듣고 있다. 다행스럽게 생각하지만 아직도 관계부처간 원만한 협의와 협조가 미흡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근래에 있었던 중국과의 마늘협상이나 한·일어업협정 등에서 전략에 허점이 많았던 것만으로도 그 증거는 충분하다. 뉴라운드 협상은 우리경제의 사활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처이기주의를 배제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협상목표와 전략을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