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이 치열한 금융분야에서 한 부티크(전문화 소형 로펌)가 10여년 가까이 명성을 유지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그 주인공은 법무법인 한빛. 토털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로펌과 달리 금융 및 기업 법률 분야만을 고집해온 전문 로펌이다. 지난 92년 3월 법률사무소 형태로 출발한 한빛은 은행 종합금융회사 보험회사 등 금융기관 전반에 걸쳐 법률 및 경영자문, 송무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유명 로펌들이 금융기관의 국제 계약이나 법률 자문에 치중할때 한빛은 일찍부터 금융거래 일선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건에 주목해 왔다. 지난 95년 있었던 "투자신탁회사의 수익률 각서" 재판은 한빛의 개성이 드러난 대표적인 사건이었다. 당시 투신사 일선 지점에서는 자금 유치를 위해 고객들에게 판매중인 신탁상품에 대해 일정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각서를 써 주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정작 실제 수익률이 각서 수준에 미치지 못하자 투신사들은 "증권거래법상 금지된 보장각서는 효력이 없다"며 책임을 미뤘다. 이렇게 되자 YMCA 등 시민단체들은 손해를 본 상품가입자들을 대신해 투신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때 한빛은 시민단체를 대리했다. 결국 대법원은 금융거래의 법적 안정을 고려해 "보장 각서"에 대해 무효 판정을 내렸다. 한빛은 비록 시민단체들이 패소했지만 이 재판을 통해 국내 금융기관들이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데 기여했다고 자부하고 있다. 꾸준히 금융분야에 주력했던 한빛의 저력이 나타난 시기는 금융기관들이 유례없는 위기를 맞았던 IMF사태 전후. 금융당국은 대규모 부실금융기관 정비에 나섰다. 한빛은 이 과정에서 정책의 정당성에 대해 자문하고 각종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종금사를 정리할 때는 부실채권을 빼고 우량자산만 인수하는 "자산부채이전(P&A)" 방식을 소개, 당국이 효과적으로 구조조정작업을 진행할수 있도록 "책사" 역할을 했다. S종금이나 H종금 등 10여개 종금사가 P&A 방식을 따라 가교 종금사인 한아름종금에 자산과 부채를 양도하고 비교적 빠른 시간내에 정리될 수 있었다. 이런 인연으로 한빛은 금융당국을 대리해 많은 소송사건을 진행하고 있다. 한빛은 성민섭 황대현 황규민 변호사가 3명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성 변호사는 변호사가 되기 전에 5년간 은행에 근무했다. 금융기관 실무진들이 기초 설명없이도 법률 문제를 상담할수 있어 "말이 통하는" 변호사로 알려져 있다. 황대현 변호사는 고등법원 판사를 끝으로 12년간의 재조 생활을 마쳤다. 풍부한 재판 진행 경험으로 한빛의 경쟁력을 높여 주는 역할을 한다. 황규민 변호사는 현재 무선결제방식을 개발한 벤처기업 "하렉스인포텍"의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한국개발리스의 사외이사와 동화은행 파산 관재인을 지낼 만큼 기업 내부사정에 정통, 마침내 직접 회사를 경영하게 됐다. 지난달엔 고객들의 국제거래에 관한 법률서비스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미국 변호사인 윤수잔 변호사를 영입, 진용이 한결 탄탄해졌다. 성 변호사는 "금융 분야에 전념하면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이력이 한빛의 최대 자산"이라며 "벤처기업과 일반기업의 관심이 큰 M&A 등 각종 법률 서비스 분야도 내실있게 다져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