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처럼 여성이 우대받으며 중심이 되는 사회가 또 있을까? 자신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당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곳이 바로 패션업계다. 디자이너는 물론 홍보 모델 판매직 등 옷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고객에게 파는 순간까지 여성이 중심이 된다. 이 세계에선 남자가 오히려 별종이다. 그나마 지금까지 최고 경영자와 영업직, MD(머천다이저)가 남성의 영역이었지만 최근 이 분야도 여성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패션산업에서 여성경영인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50~60대의 1세대 여성경영인으로는 마담포라의 이철우, 에꼴드파리의 이영선, 부르다문의 문영자 사장 등을 꼽을 수 있다. 또 모리스커밍홈의 임소숙, 오브제뉴욕의 윤한희 사장 등이 대표적인 30~40대 여성경영인이다. 이들 대부분은 디자이너 출신이며 상당수가 경영과 디자이너의 역할을 겸하고 있다. 패션업계를 언급할때 디자이너브랜드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여성들도 빼놓을 수 없다. 프랑소와즈의 진태옥, 이신우컬렉션의 이신우씨를 비롯해 아가씨의 이경원씨, 미인의 노승은, 박지원씨 등은 독립적인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패션업계에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 가고 있다. 손정완부티크의 손정완, 솔리드옴므의 우영미씨도 자신의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디자이너로 꼽힌다. 회사내에서 감사나 이사직을 맡고 있는 여성은 셀 수 없이 많다. 이사나 감사는 자신이 직접 회사를 차리고 브랜드를 만들지 않는 한 의류회사에서 여성 디자이너가 달 수 있는 최고의 타이틀이다. 지앤코의 신명은 감사, nSF의 김영애 이사, 데코의 김영순 권오향 김혜진 이사, 이원 FI의 하상옥 이사 등이 지금 가장 잘 나가는 디자이너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디자이너 출신이 아니거나 디자인에 관여하지 않고 순수하게 회사경영만을 돌보는 여자 사장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패션이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향후 전문성을 갖춘 여성 CEO가 많이 출현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설현정 기자 s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