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 칼럼에서 '우리나라 현실에서 다단계판매는 사적 부조의 성격이 강하다'는 생각을 밝혔더니 많은 분들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그중에서 암웨이 사업자라고 밝힌 분들이 보낸 e메일의 대부분은 비난과 항의성 내용이다. 하나같이 품질이 우수하고 기업에 신뢰가 가니까 물건을 사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기자의 경험담을 소개하면 여기에 대한 답변이 될 듯 싶다. 지난주 토요일 오전 7시께 전화벨이 울렸다. "어제 저녁 배달한 정수기가 잘 도착했느냐"는 확인전화였다. 한주동안 미뤘던 외부 일을 마치고 낮 12시께 집에 돌아왔다. 정수기를 설치하기 위해 포장박스를 열고 '빨리 처리'라고 표시된 '기술지원센터'로 전화했다. 토요일이라 근무가 끝났다는 안내음성이 나온다. 포장에 표시된 배송·설치 협력업체(D정수시스템)를 찾았더니 설치 인력이 다 나가 오늘은 안된다는 대답이다. 정수기 하나 설치하기가 이렇게 불편할 수 있느냐고 항의했더니 대답이 걸작이다. 소비자 10명중 8명이 똑같은 항의를 해대는데 자기들도 미칠 지경이라는 것이다. 할말을 잊고 다시 본사 안내를 거쳐 전화한 곳이 'IBO플라자'. 사정을 얘기했더니 다음주중 연락하겠다는게 대답의 전부였다. 고가의 다단계상품을 구입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품질 때문도,서비스 때문도 아니라는 결론이 자연스레 도출된다. 89만9천8백원짜리 고가 정수기를 팔지 않으면 생계가 힘든 죽마고우나 친척의 얼굴을 떠올리며 물건을 사는 것이다. 사적 부조의 성격이 강하다는 얘기는 이래서 나온다. 국수주의자란 오해를 없애기 위해 국내의 한 다단계업체 사례도 소개할 필요가 있겠다. 지난 97년12월 IMF체제에 들어간 직후. '금모으기'열풍이 불던 때였다. 이때를 놓칠세라 이 회사는 회원들을 대상으로 금모으기 행사를 벌였다. 행사장엔 금괴가 상당수 등장했다. 그러나 한달뒤 금괴들은 회사 것이고 금괴를 낸 사람들은 이 회사 직원들이란 얘기가 입소문으로 퍼졌다. 다단계판매. 네트워크 마케팅이라고도 한다. 자기가 땀 흘린 만큼 소득을 얻는 새 유통방식인 것도 사실이다. 밑천도 그리 필요치 않다. 그러나 이 시장에서도 치열한 서비스 정신과 올곧은 상도의가 필수적이다. 그런 것을 갖추지 않은채 일류상품,일류기업을 논한다는 건 난센스다.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