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디에이고 바이오페어' 참관기 - 이관순 < 한미약품중앙연구소장> ] 6월 하순 5일간 열린 샌디에이고 바이오페어는 지난 2월 인간 유전체지도가 공개된 후 처음 개최되는 행사라서 그 어느 때보다도 열기가 뜨거웠다. 이 행사에서는 18개 분야,1백60여개의 주제로 열띤 학술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이중 항암제 분야에 대한 발표가 가장 많았다. 지노믹스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분야의 신약개발 타깃들이 소개됐으며 바이오인포매틱스는 이제 미래의 신약개발을 주도할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자리를 잡은 느낌이 들었다. 필자의 눈길을 가장 많이 끈 분야는 분자량이 큰 단백질 의약품을 체내에 침투시키는 기술이었다. 기존 주사제의 단점을 해소하기 위해 경구 복용이나 흡입을 통해 약물을 침투시키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경구용 의약품으로는 에미스피어(Emisphere),흡입형 의약품으로는 인헤일쎄라퓨틱시스템스(Inhale Therapeutic Systems),애러다임(Aradigm) 등이 유망한 회사였다. 또 그동안 제품화가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던 인간화단클론항체(Humanized monoclonal antibody:다른 생물의 유전자를 사람의 유전체에 도입해 만든 의약품)들이 최근 활발하게 신약으로 개발되고 있었다. 특히 압지닉스(Abgenix)는 마우스의 유전자를 완전히 인간화해서 관절염 치료제 등을 개발하고 있어 주목을 받았다. 서구 선진국의 앞선 기술도 한국으로서는 두렵지만 정작 더 우려되는 것은 거대 다국적 제약업체가 유망 벤처기업들을 입도선매하는 것이었다. 3일간 계속된 파트너링 포럼에서는 2백30여개의 유망 벤처들이 자사의 기술과 개발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투자유치 및 전략적 제휴 등을 모색했다. 다국적 제약업체인 암젠 베링거인겔하임 진자임 바이엘 로슈 릴리 등도 상설 부스를 세워놓고 유망 벤처와 제휴할 마당을 만들었다. 바이오테크 산업에서 거대회사와 신규벤처의 제휴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보여졌다. 아울러 바이오벤처의 연구성과를 상업적 기술로 발전시키고 연구자금 펀딩과 사업화를 도와주는 아웃소싱 업체들의 다채로운 소개가 있었다. 이미 알려진 유전정보를 가공하거나 업체간 분쟁을 법적으로 해결하는 업체도 등장하고 있어 새로웠다. 필자는 본 행사 외에도 샌디에이고 인근의 대학과 벤처기업을 방문해 항체를 생산하는 유전자변형식물 세포자살 메카니즘을 이용한 항암제 미생물의 효소를 응용한 신기술 등을 보고 많은 것을 느꼈다. 필자는 출발전 다채롭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리라는 기대로 나섰는데 막상 가보니 상당 부분 미국이 독주하고 있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지만 그것이 가능한 미국의 현실을 생각하니 부럽고 씁쓸한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수년전부터 정부가 관심을 갖고 바이오테크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어 주어진 현실에서 가능한 모든 자원을 총동원한다면 한국도 머지않아 경쟁력 있는 바이오 국가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