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는 구태의연, 금감위는 정체불명, 금감원은 과잉감독, 한국은행은 무기력증…' 최근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 4개 금융당국의 실무 책임자 40명이 모여 가진 워크숍에서 한 참석자는 "금융당국에 대한 세간의 비평을 직시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변화에 보수적인 재경부, 감독.정책기능이 섞여 있는 금감위, 시시콜콜 간섭하는 금감원, 금융산업 관련 현안에서 소외돼 있는 한국은행을 빗댄 시장의 평가였다. 워크숍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대부분 이런 비판에 대해 수긍하며 반성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이날 워크숍은 그동안 정책이견 등으로 갈등이 끊이지 않았던 금융당국 실무자들이 한데 모여 금융관련 규제개혁과 금융회사 수익성 제고방안 등 현안에 대해 토론을 벌이기로 했던 터여서 주목을 끌었다. 금융당국간 역할과 기능, 권한을 둘러싼 갈등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격론이 벌어졌다. 재경부 금감위는 '제3자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한은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요구했다. 금융산업 개편방향이나 투자은행 활성화 등 현안 이슈에 대해 한은이 팔짱만 끼고 있다는 지적들이었다. 한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은은 '최후의 보루'로서 의미가 크기 때문에 개별 사안마다 나서는 것은 위상에 걸맞지 않는다"면서도 "한은 내부에서도 각종 금융산업 현안에서 소외당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 있다"고 설명했다. 워크숍에서 가장 열띤 토론이 벌어졌던 주제는 금융규제를 포지티브 시스템에서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바꾸자는 것. 워크숍 참석자 대부분이 금융회사가 해서는 안되는 행위만 법률에 제시하고 나머지는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데는 의견일치를 봤다. 그러나 네거티브 시스템이 시장의 리스크를 크게 하는 만큼 금융기관의 능력과 감독당국의 수준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