샥스핀(상어 지느러미)이 식탁 위에 처음 오른 건 명나라 때라고 한다. 황제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샥스핀 수프와 찜이 구미 각국에 널리 알려진 것은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 당시 메뉴에 포함되면서부터. 이후 샥스핀 요리는 부드러우면서도 아작아작 씹히는 맛이 일품인데다 암과 당뇨병,노화 방지 등에 좋다고 소문나면서 전세계 미식가들의 사랑을 받게 됐다. 그러나 샥스핀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황새치와 다랑어 잡이 배까지 나서서 상어를 남획하자 와일드에이드(Wildaid)를 비롯한 환경단체들이 상어 보호운동을 펴기 시작했다. 와일드에이드에 따르면 1998년의 경우 하와이 연안에서만 6만마리의 상어가 잡혔고 매년 전세계적으로 1백만마리의 상어가 지느러미를 잘린 채 바다에 버려지는 만큼 이대로 두면 멀지 않아 상어가 멸종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75년 출간돼 영화화된 '조스'의 작가 피터 벤칠리까지 와일드에이드 회원으로 가입해 상어잡이를 비난하는 등 여론이 나빠지자 태국항공은 지난해 여름 샥스핀 수프를 기내식에서 제외시켰고,12월엔 클린턴 대통령이 미 영해에서 상어 포획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샥스핀 애호가가 줄지 않은 탓일까. 와일드에이드가 태국산 샥스핀을 무작위 추출해 조사했더니 70%에서 엄청난 양의 수은이 발견됐다는 보도다. 큰 생선의 경우 작은 물고기나 패류를 잡아먹기 때문에 몸속에 메틸수은이 축적될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상어나 참치 등에 수은이 많이 들어있을 수 있다는 경고는 이전에도 나왔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따라서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은 이런 생선을 먹지 말라고 조언해 왔다. 수은은 불임을 유발하고 태아의 뇌세포 형성,신경세포 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선속 수은이 얼마나 해로운가는 50년대 일본에서 발견된 미나마타병으로 확인됐다. 수은 콩나물, 황산 참기름, 석회 두부, 톱밥 고춧가루에 이어 납꽃게,납복어가 나오더니 이번엔 수은 샥스핀이다. 도대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품은 있기나 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