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에서 친구와 동업해 조그만 기계공장을 운영하던 P씨는 사전 정보없이 친한 형님만 믿고 비디오 대여 사업에 손을 댔다가 실패한 케이스다. 그는 창업 1년 만에 원금조차 회수하지 못하고 사업을 그만두고 말았다. P씨는 당초 소규모 기계 제작업을 했으나 육체적으로 힘이 드는데 비해 수입이 시원찮았다. 그러던중 친분이 있던 L씨가 비디오 대여점을 권했다. L씨는 비디오 대여점을 운영중이며 돈을 많이 벌어 대형 아파트를 장만할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L씨는 개봉동 주택가에 비디오 대여점을 내려고 준비중인데 권리금을 받지 않을테니 운영해 보라고 권했다. L씨가 제시한 창업비는 점포 구입비와 물품비, 인테리어비를 포함해 5천만원이었다. 그러나 P씨가 가지고 있는 돈은 2천만원에 불과했다. 은행에서 본인과 부인 명의로 1천3백만원을 대출받고 나머지는 친구들로부터 빌려 L씨에게 지급하고 비디오 대여점을 시작했다. 빨리 돈을 벌어 대출금도 갚고 아파트도 장만해야겠다는 P씨의 희망과는 달리 사업이 순조롭지 않았다. 사업을 시작한지 얼마 안돼 P씨는 L씨에게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유동인구가 적어 손님이 많지 않았고 L씨가 공급해준 비디오 테이프는 신작은 별로 없고 덤핑으로 살 수 있는 중고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TV VTR 등 비품은 모두 중고였고 인테리어나 간판도 질이 좋지 않았다. 점포 보증금은 8백만원에 불과했다. 권리금은 받지 않겠다는 L씨의 말과 달리 P씨의 창업을 통해 L씨가 적지않은 이득을 챙겼다는걸 나중에 알게 됐다. 고객들은 새로 나온 프로만 찾았다. 오래된 비디오 테이프는 진열품에 불과했다. P씨는 시작한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새 프로를 계속 구입해야 했다. 대여점의 매출은 상품 구입에 다 들어가고 임대료 내기도 어려웠다. 생활이 어려워지자 부인이 아이를 친정에 맡기고 취업을 했으나 부인이 번 돈은 대출받은 돈의 이자로 들어갔다. 1년이 지나도록 영업이 개선되지 않자 부부싸움은 잦아지고 장시간 근무로 몸도 피곤해 졌다. 결국 P씨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생활 정보지에 점포를 내놓았다. 점포는 헐값에 팔렸고 P씨는 대출금만 떠앉게 됐다. P씨의 실패 원인은 첫째 사업 시작에 앞서 철저한 조사없이 친한 사람의 권유만을 믿고 쉽게 돈을 벌고자 했다는 것이다. 사업은 자신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업의지 적성 자금 등을 스스로 판단해 창업해야 한다. 둘째 점포 입지를 철저히 분석하지 않았다. 밤 시간대와 주말의 시간대별 유동인구와 동선을 체크해야 했다. 신제품과 구제품의 비중이 어떻게 되는지, 인테리어비는 실제로 얼마나 들었는지 등을 따져 봤어야 했다. 셋째 운영자금이나 생계비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한 대출로 부담이 컸다. 넷째 주거 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점도 문제였다. 비디오 대여점은 새벽 2시께까지 운영해야 하는 고된 사업이다. 따라서 집 가까이에 점포를 얻어야 했다. 다섯째 홍보가 부족했다. 어려운 여건속에 앉아서만 손님을 기다렸다. 다른 사람이 성공한 아이템이라고 내가 성공을 하는 것은 아니다. 창업에서 모든 판단과 책임은 결국 자신의 몫이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 [ 이경희 창업전략연구소 소장(천리안 GOLK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