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근무하던 김모씨는 회사에서 인정받는 유능한 인재였다.

주로 해외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그는 외국을 드나들면서 해외여행 사업에 흥미를 느껴 창업을 하게 됐다.

배낭여행 경험이나 외국출장 경험이 풍부한데다 외국어에도 능통해 여행업에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김씨의 능력을 믿은 주변 사람들이 투자도 해줬다.

김씨는 자기 자본 5천만원과 투자받은 자본 5천만원으로 1억원짜리 법인을 설립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차별화된 해외여행 상품으로 틈새 시장을 공략하고 소비성 여행을 생산적인 여행으로 전환하려고 했다.

그는 해외기업의 벤치마킹 관련 여행 상품도 선을 보였다.

일반 여행상품보다 가격은 4배 가까이 비쌌지만 반응은 좋았다.

그런데 사업이 진행되면서 예전에 잘 몰랐던 복병이 하나둘씩 나타났다.

자금 사정이 조금씩 어려워질 무렵부터 그를 유혹하는 정보가 쏟아졌다.

김씨는 여행업을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엔젤사업에 손을 댔다.

여행업을 정착시켜야 할 시점에 딴 눈을 팔게 되자 사업은 순식간에 기울어 결국 여행사 문을 닫고 말았다.

김씨의 실패 사례는 여행업의 실정을 모르고 의욕만으로 이 분야에 뛰어드는 초보자들이 흔히 겪는 사례다.

국내 여행은 기획만 잘하면 성공할 수 있지만 해외 여행업은 대형 고정 고객을 확보하지 못하면 어려워진다.

항공사도 대형 여행사 중심으로 좌석권을 배정해 주기 때문에 신설 업체들은 성수기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소규모 여행사들은 마케팅을 잘해 여행객을 많이 모아도 자리를 배정받기가 어렵다.

김씨의 경우 항공사 인맥이나 고정 고객을 잡을 수 있는 직원을 확보하지 못한게 실패 원인중 하나다.

여행업에 집중하지 못한 것도 실패 원인이다.

여행업을 하면 세계 각국의 다양한 정보를 입수하게 된다.

이런 정보에 욕심을 내게 되면 여행업은 뒷전이고 다른 사업에 손을 대는 경우가 많다.

여행사들이 미인대회 유치 등 엉뚱한 사업에 손을 대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김씨도 여행사업을 하면서 알게된 정보를 이용해 다른 사업을 병행하려고 욕심을 내다 보니 사업을 정착시켜야 할 단계에서 자금난에 몰리게 됐다.

무역상은 혼자서도 운영이 가능하지만 해외여행 사업은 대외영업, 비자 여권수속 담당 등 최소한 4,5명의 직원이 필요하다.

월 운영경비만도 1천5백만원 이상 든다.

여행업의 마진율은 10%선으로 월 평균 1억5천만원의 매출을 올려야 수지를 맞출 수 있다.

외국 현지에 인력망이 부족한 것도 문제였다.

인도 배낭여행 전문 등 지역을 특화해 사업을 하지 않는다면 다양한 나라에 현지 사정을 잘 아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어야 한다.

김씨는 어학 실력과 인맥만 믿고 그런 시스템을 만드는데 신경을 쓰지 못했다.

여행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갖고 여행업에 뛰어드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해외 여행업은 소자본으로 시작하기 어렵고 특정 지역이나 계층으로 여행 분야를 세분화하거나 상품을 차별화하고 고부가가치를 내는 아이디어를 갖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렵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천리안 GO L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