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스쿨을 다녀야만 경영자가 될 수 있다면 회사를 그만두고 MBA에 목숨을 거는 직장인들이 줄을 이을 것이다.

마치 검정고시를 치러 내신성적을 올리려고 자퇴하는 일부 고등학생들처럼 말이다.

하기야 80년대에 미국에선 "CEO = MBA + BMW"라는 "출세 공식"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MBA 학위가 있고 BMW 정도는 타고 다녀야 사장이라고 불릴 수 있다는 말이었다.

지금도 유효한 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하버드 간판도 걷어찼다.

디지털 리더들 중엔 비즈니스스쿨 근처에도 가보지 않은 사람들이 즐비하다.

우리 나라의 경우는 MBA출신 대기업 사장이라야 아직 손꼽을 정도 밖에 안 된다.

그것도 오너이거나 회사에서 연수를 보내준 케이스가 대부분이다.

우리 직장사회에서 MBA는 여전히 필수가 아닌 "선택 과목"에 불과하다.

MBA가 열풍을 일으키는 것 같지만 1년에 5천명이 못되는 숫자가 미국 등 해외 비즈니스스쿨에 원서를 보내고 있을 뿐이다.

나머지 절대 다수는 지금, 자기 자리에서 승부를 걸고 있다.

그렇다고 MBA가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 자기계발 과정이라는 결론을 내릴 순 없다.

꼭 정규 MBA과정에 들어가야만 경영지식을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전문경영인 시대가 열린다는 마당에 경영에 대한 공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오히려 MBA과정에서 배우는 내용과 사고방식, 분석도구들은 어떻게 해서든 익혀야 한다.

미국 주도의 글로벌화와 발맞춰 미국식 경영의 글로벌화가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는 것도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일본에서 온 제휴사 사장이 수익성, 현금흐름, 주주가치, 목표관리를 말하고 유럽의 파트너는 시장가치, 경쟁우위, 가치 사슬, 핵심역량을 들먹인다.

비즈니스스쿨들이 유행시키고 있는 단어들이 비즈니스의 "표준"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 내는 노력만 있다면 MBA라는 "선택 과목" 수강을 면제받을 수 있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선, 관련 서적이 많다.

미국의 경우 시간을 내기 어려운 간부들을 위해 비즈니스스쿨에서 가르치는 것들을 1,2권으로 요약한 책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오히려 자기에게 약한 부분만 집중적으로 공부 수 있기 때문에 효과면에서도 떨어지지 않는다.

이런 책들은 인터넷서점에서 손쉽게 고를 수 있고 우리말 번역물도 있다.

이 가운데 비교적 스테디셀러로 이름이 알려진 "Ten Day MBA"(스티븐 실비거 저, Quill 간)의 경우를 보자.

마케팅 기업윤리 회계 인사관리 계량분석 재무 생산관리 경제학 전략 등 MBA과정의 기초과목들이 망라돼있다.

이런 책 한두 권을 떼는 것만으로도 MBA 용어에 익숙해질 수 있다.

더 욕심이 생기는 사람은 MBA교재들을 직접 사볼 수도 있다.

최근에는 한경닷컴을 비롯한 온라인미디어들이 교육사이트를 강화하면서 자기에게 필요한 비즈니스 강좌를 온라인상에서 들을 수 있는 기회도 많아졌다.

비싼 것이 흠이지만 온라인상에 MBA 과정을 개설하는 학교도 늘어나고 있다.

자기 분야로 시야를 좁히고 경제신문을 숙독하는 것만으로도 경영지식은 쌓일 수 있다.

뜻을 같이 하는 사람끼리 "경영연구회" 등을 조직해 하버드 케이스 등을 읽고 토론하는 것도 방법이다.

MBA과정이란 이런 모든 것을 학교라는 틀안에 넣은 것일 뿐이다.

물론 혼자 공부해 실력이 늘어난다고 주어지는 "간판"은 없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 경력관리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동료들로부터 배우는 체험적 기회도 없다.

영어와 토론 및 발표력 등을 늘리기 어려운 것도 아쉬움이다.

자칫 자기관리가 소홀해져 한달에 책 한 권을 못 읽는 경우도 생길 지 모른다.

그럴 경우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이 오래도록 남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MBA과정에 진학할 시간적, 금전적 여유가 없다면 과감히 포기하는 것도 "전략"이라는 점이다.

컨설팅이나 투자은행으로 전직하려는 사람에게는 필수코스이지만 대부분의 직장인에겐 선택 코스에 불과한 게 MBA다.

자기계발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실력파 직장인들은 건너 뛸 수도 있는 과정이란 얘기다.

한경닷컴 주미특파원. 와튼스쿨 MBA재학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