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기습적인 금리인하 조치 이후 국제금융시장의 관심은 올 하반기 이후 과연 제2의 유동성 장세가 올 것인가에 쏠려 있다.

올들어 미국이 네차례에 걸쳐 연방기금금리를 2%포인트 인하했고 일본도 제로금리정책으로 환원했다.

유럽도 유럽중앙은행(ECB)이 통화정책을 관장하는 유로랜드 회원국을 제외한 여타 국가들은 대부분 금리를 내렸고 아시아 국가들도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현재 국제금융시장에서 유동성(돈)이 얼마나 풀렸는가를 알 수 있는 통화지표를 보면 총통화(M₂) 증가율 기준으로 약 15%에 이르고 있다.

1998년 9월말 FRB가 세차례 금리인하 이후 전세계적으로 유동성 장세를 몰고 온 당시의 12%에 비해서는 약 3%포인트 유동성이 더 많은 상태다.

단순히 유동성이 풀린 정도로 따진다면 1998년 9월말 이후보다 지금이 더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세계 증권시장에서 커다란 유동성 장세가 올 수 있을 것인가.

이 우문(愚問)에 보다 정확한 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세계증시 주변에 풀린 유동성이 증시에 유입될 수 있도록 세계 각국의 경기 불확실성이 줄어들어 다른 대체투자수단에 비해 주식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기대수익률이 높은가 하는 문제를 따져 보아야 한다.

한 나라 경기의 불확실성을 파악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1996년부터는 국채시장에서 형성되는 장단기 금리차로 보는 방법이 가장 정확하고 많이 활용돼 왔다.

미 연준리(FRB)는 내부적으로 장단기 금리차의 경기선행성이 주가보다 약 2~3개월 앞서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주가의 경기선행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채권가격과 역비례 관계에 있는 금리는 만기가 길수록 채무상환에 따른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은 것(短低長高)이 정상이다.

반대로 경기침체기에는 투자자들의 단기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장단기 금리간의 역전(短高長低)현상이 발생된다.

물론 증시에 유입되는 자금규모도 줄어든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국채시장에서 장단기 금리간의 역전현상이 발생한 것은 지난해 7월이다.

그 후 장단기 금리간의 역전현상이 심화돼 올 1월에는 한때 1.0%포인트(10년만기 채권수익률-3개월만기 채권수익률)까지 확대됐다.

정확히 2~3개월후인 3월 이후 미국 나스닥 지수는 2000선이 붕괴되면서 세계 증시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다행히 올 2월 이후 장단기 금리간의 역전현상이 시정되고 있다.

최근 미국의 경우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이 3개월만기 수익률보다 1.2%포인트까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경우도 이달 들어서는 장단기 금리차(3년만기 국고채 수익률-3개월만기 CD수익률)가 0.6%포인트로 장기금리가 높은 상태다.

그만큼 지금까지 각국의 금리인하에 따라 풍부해진 증시주변의 유동성이 증시내로 유입되는데 관건으로 작용하고 있는 세계 각국의 경기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미 미국 한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증시주변의 자금들이 빠르게 증시로 유입되고 있다.

최근 들어 주요 예측기관들이 올 하반기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기가 상반기보다 나아질 것으로 보는 것도 주가상승에 따른 ''부(富)의 효과(wealth effect,세계주가 회복→자산소득 증가→민간소비 증대→경제성장률 제고)''를 들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