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의 대명사 진로가 IMF외환위기 이후 최대 고비를 맞았다.

화의기업으로서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부채를 상환해야 하지만 시장 상황은 녹녹치 않은 까닭이다.

진로는 지난해 "참진이슬로"를 앞세워 전국시장 점유율 52%를 차지했다.

특정 업체가 연간 전국 시장점유율 50% 벽을 넘어선 것은 사상 최초다.

수도권에서는 95%를 차지할 정도로 시장을 석권했다.

진로는 이 여세를 몰아 올해 전국시장 점유율 60%선을 넘어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2002년까지 채권단에 분기마다 4백10억원씩을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이같은 목표를 달성한다해도 경영호전은 쉽지 않다.

게다가 목표 달성도 자신하기 어렵다.

두산의 신제품 산이 예상외로 잘 팔리고 있는데다 지방시장 공략도 애로를 겪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만만찮은 경영여건=지난해 가장 많은 판매를 기록한 4.4분기 진로의 총 판매량은 전체 소주시장의 53.7%에 해당하는 1천1백84만5천8백64상자(3백60ml짜리 30병들이).

이를 통해 3백1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상자당 2천6백42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셈이다.

결국 지난 4.4분기의 경우 진로가 소주판매만으로 4백10억원을 마련하려면 전체 소주판매량의 약 70%에 해당하는 1천5백51만8천5백47상자를 팔았어야 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도권시장 점유율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신규시장을 공략,점유율을 70%이상 끌어올리지 못하면 부채상환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진로측은 진로재팬의 지분 일부와 양재동 부지(2만8천평) 등 보유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해 부족한 자금을 확보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부환경 악화=라이벌 두산의 신제품 "산"이 예상외로 선전하고 있다.

두산은 최근 "산이 출시된지 1개월여만인 지난 2월말 판매량 1천만병(3백60ml)벽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는 단일제품으로서는 사상 최단기간기록이라는 게 회사측 주장이다.

진로의 텃밭인 수도권공략도 가속화되고 있다.

산은 지난달 중순만해도 전체 생산량의 30%만이 수도권시장에 공급됐다.

그러나 최근엔 이 비율(사입률)이 60%를 넘어섰다.

지방시장 공략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수도권시장을 사실상 독점했기 때문에 올해 목표를 달성하려면 신규시장인 지방시장을 공략하는 방법밖에 없다.

특히 무학 대선 금복주 등 3개사가 시장의 90%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경상도시장의 점유율을 현재 5%선에서 20%선까지 끌어올리지 않으면 목표달성은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방시장공략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7월부터 도입키로한 "주류구매카드제도"가 악재로 떠올랐다.

주류도매점에서 어음거래가 금지되기 때문에 예전처럼 신규시장 개척을 위해 제품을 무상으로 도매점에 대량 공급하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경상도시장 공략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는 진로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전망=진로는 "산의 판매량은 주류공업협회의 공식기록이 아니라 두산의 일방적인 주장이기 때문에 믿을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주류구매카드제도가 시장 개척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주장에 대해서는 "참이슬의 품질이 우수하기 때문에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한화증권 기업분석팀의 최은영 애널리스트는 "올해 소주시장은 지난해보다 경쟁이 더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며 "점유율을 최대한 끌어 올려도 60%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진로가 이런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관심이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