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의 엘리트주의는 없다''

재계에 특정대학 출신이 요직을 독점하거나 승승장구하던 학맥중시 인사관행이 파괴되는 것은 간판보다는 능력을 우선시하는 성과보상 인사시스템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 현대 LG 등 대기업들이 능력본위의 인사관리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학교무시,능력중시''형 인사관리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연봉제 등 성과형 보상시스템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어 학맥파괴 현상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 우대 시대=최근 LG전자 여성임원 1호를 기록한 LG전자연구소 김진(40) 상무는 학맥,성차별 등을 파괴한 전문가 우대 시대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홍익대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한 뒤 지난 84년 LG정보통신에 입사,디자인 전문가로 일해온 김 상무는 해당 전문분야에서 일만 잘하면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LG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특정대학·학과를 우대하는 학맥우대 인사관리로는 효율을 극대화해야 하는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우수한 인력들이 벤처기업쪽으로 빠져나가자 이들 인력의 이탈을 막기 위해 대기업들이 능력·성과중심의 인사평가를 하는 것도 학맥파괴의 한 요인이라고 전국경제인연합회 김석중 상무는 밝혔다.

◇편중인사 지양=기업들은 갈등해소와 생산성 향상을 위해 특정학교 출신을 우대하는 편중인사를 지양하고 있다.

인적자원 관리에 정평이 나있는 삼성의 인사팀 관계자는 "특정학교 출신을 우대할 경우 직원내부에 갈등요소로 작용하고 생산성을 떨어뜨릴 수 있어 특정학교에 편중되지 않도록 능력본위의 인사관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효과와 대책=학맥 파괴는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돼온 학연·지연·혈연 등 연고중심 문화를 깨는 데 기여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현상으로 평가되고 있다.

경총 김영배 상무는 "합리적인 인사원칙이 21세기 정보지식화 사회에서 우수 인재를 유치하는 첩경"이라며 "진정한 인재는 명문대학 졸업자나 박사학위 소지자가 아니라 창조적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