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4년 봄 서울 마포나루에서 나룻배 한척을 빌려 남한강과 북한강 일대를 5주일 동안 답사했던 비숍은 저서 ''한국과 그 이웃 나라들''에다 한강과 그 양안의 풍광을 실감나게 묘사해 놓았다.

''하얀 모래와 황금색 조약돌이 깔려있는 한강물은 수정처럼 맑았다''고 했다.

티베트의 하늘을 닮은 푸른 하늘 아래 드넓은 백사장 건너에서 맑은 공기를 뚫고 들리는 꿩 우는 소리, 온갖 꽃이 만발한 마을의 아름다움을 그는 ''천국''에 비유했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물이나 공기의 오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됐던 1백여년 전의 이야기다.

70,80년대 마구잡이 개발은 한강을 심하게 오염시켰다.

생활폐수 산업폐수로 수도권 상수원인 팔당호의 수질이 위험수위까지 치솟아 수돗물을 먹느니 못먹느니 했던 것이 불과 3년전이었다.

중금속에 오염된 등이 굽은 물고기가 잡히고 폐수방류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 것도 그 무렵이다.

서울시는 그동안 꾸준히 오폐수 정화시설을 갖추고 환경관계 각종 규제를 강화했다.

매년 강바닥에 깔린 뻘을 퍼내고 생태계파괴를 막기 위해 제방 쌓기도 중지해 왔다.

밤섬 탄천 등에 인공수초를 심어 물고기 산란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국립수산진흥원이 서울시 구간 한강어류생태계를 조사한 결과 90년 21종이던 물고기가 56종으로 늘어났다는 소식이다.

58년 61종 수준에 가까워진 셈이다.

1급수에만 살아 수질파악의 기준이 되는 은어도 43년만에 돌아왔고 천연기념물인 황쏘가리 등 7종이 새로 발견됐다고 한다.

하지만 고여있는 물에 사는 물고기가 늘고 흐르는 물에 사는 고기가 줄고 있다는 분석은 한강의 흐름이 멈추어져 간다는 전조인 것 같아 께름칙하다.

앞으로 착공할 경인운하가 한강을 다시 죽이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강은/과거에 이어져 있으면서/과거에 사로잡히지 않는다/강은/오늘을 살면서/미래를 산다''

한강시비에 적힌 구상(具常) 시인의 시 한 구절이 떠오른다.

옛 한강의 청정을 되찾기는 어려워도 우리의 젖줄인 한강이 깨끗해지고 생태계가 회복돼야 우리의 미래도 밝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