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의 하나인 피치(옛 피치IBCA)는 26일 "한국의 1차 금융개혁은 모든 자산의 부실을 털어내는 데는 실패했다"며 "회계관행을 바꾸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기업평가와의 합작 조인식을 위해 방한한 로빈 먼로 데이비스 피치 회장과 임원들은 이날 조인식 후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아직도 부실채권이 많아 추가적인 금융개혁이 계속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몇년간 한국이 추진해온 금융구조조정 노력 자체는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먼로 데이비스 회장 등은 "한국은 이제 2차 금융개혁을 해야 할 시점"이라며 "기업과 금융의 회계관행이 좀더 투명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한국 정부의 구조조정과 관련, "많은 진전을 가져온 것이 확실하다"면서 "한국은 그동안 관치금융의 관행이 있어 정부주도 개혁은 불가피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주도 은행 합병에 대해서는 "금융기관 숫자가 줄어들면 은행의 기반이 견고해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며 은행의 신용등급 향상은 국가의 등급향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산업은행의 회사채 신속인수제도와 관련해서는 "기업이 우량해질 수 있다면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이것이 관치금융 등 과거 관행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면 해당 기업의 유동성 문제가 해소되면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