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문화계에 ''거짓말'' 바람이 거세다.

지난해 상반기 내내 장정일 원작의 영화 ''거짓말''이 세간의 화제를 모으더니 초겨울부터 시작된 GOD의 ''거짓말'' 열풍이 새해 들어서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거짓말''은 남성그룹 GOD의 3집 타이틀곡으로 발표된 뒤 각종 가요차트 1위 행진을 계속할 만큼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김태우 박준형 데니안 손호영 윤계상등으로 구성된 GOD는 이 곡으로 2000년 KBS TV 가요대상을 안았을 뿐만 아니라 HOT의 전성시절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린다.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 고생만 시키느니 다른 여자가 생겼다고 마음에 없는 거짓말을 해서라도 떠나보내겠다''는 진부한 내용의 이 노래가 이처럼 대박을 터뜨린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제목의 지명도가 한 몫 했다는 게 일반적인 풀이다.

거짓말 바람은 1999년부터 서서히 불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프랑스영화 ''거짓말의 색깔''이 주목을 끌었고, 인터넷엔 98년 방영된 TV드라마 ''거짓말''(노희경 원작)의 팬클럽사이트가 만들어졌다.

GOD 노래 이전에 나온 김현정의 ''거짓말처럼''도 크게 히트했다.

중세의 신학자 토머스 아퀴나스(1225∼1274)는 거짓말엔 남을 해치려는 악의적인 것도 있지만 남을 돕기 위한 이타적인 것과 남을 즐겁게 하려는 선의의 거짓말도 있다고 얘기했다. 아내나 애인에게 ''세상에서 당신이 제일 예뻐'' ''네가 최고야''라고 하는 게 후자다.

''거짓말도 잘하면 오려논(올벼를 심어 놓은 논)닷마지기보다 낫다''는 말도 있다.

진실만 말하면 세상이 너무 삭막해질 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러나 지나치고 상습적인 거짓말은 개인과 사회 모두를 불신과 환멸로 몰아넣는다.

미국 워싱턴대 대니얼 폴라그 교수는 거짓말도 자꾸 하면 스스로 진짜라고 믿게 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어디선가 ''없다,안한다''고 하면 대다수 사람이 ''있는 모양이다,곧 하나보다''라고 받아들이는 사회는 곤란하다.

드라마 영화 가요가 전하려는 건 불쾌한 거짓말이 아니라 선의의 거짓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거짓말''이 대중문화의 키워드가 되는 세상은 이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