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밸리 벤처업계에 "퓨전(Fusion)"바람이 확산되고 있다.

퓨전이란 기업의 사업융합전략을 말한다.

이것은 기존의 전략적 제휴나 이업종교류에 의한 기술융합과는 조금 다르다.

관련업종의 기업들이 각자의 핵심기술과 돈을 내놔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전략이다.

서로 배타적인 첨단기술을 조합시켜 핵융합, 즉 뉴클리어 퓨전처럼 큰 위력을 가진 신기술을 창조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 방식은 일본 츠쿠바 연구도시의 벤처기업들이 활용한 것이지만 대덕에서 더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 전략을 국내에서 처음 적용한 기업은 대전 대덕밸리 대덕바이오커뮤니티에 있는 14개 바이오 벤처회사들.

이들중 제노텍 스몰소프트 인바이오넷 등 3개 기업이 퓨전전략을 가장 먼저 도입했다.

유전자 분야에서 첨단기술을 가진 이들은 각자의 기술과 돈을 투자,"제노믹센터"라는 조직을 설립하고 1단계로 "미생물농약 유전체"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것과는 별도로 인바이오넷과 제노텍 2개사는 각자의 기술을 결합해 "유전자 변형식물 검출 시스템"을 만들어내기 위한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요즘 수입콩과 밀가루 등이 유전자 변형식품인지 아닌지가 크게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두 회사는 각자가 가진 미생물기술과 유전자기술을 퓨전시켜 유전자 변형식물 검출시스템을 개발해냈다.

대덕밸리 바이오기업들의 퓨전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툴젠과 제노포커스는 각자가 가진 효소기술과 생명공학기술을 융합해 산업미생물균주 기술을 창출해내고 있으며 제노텍과 제노믹트리는 퓨전으로 유전자칩 상용화에 나섰다.

또 제노포커스와 인바이오넷은 화장품 의약 제지등 분야에 활용되는 효소를 개발하고 있는 등 대덕에서 퓨전전략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어떻게 퓨전전략이 이처럼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것일까.

그 배경엔 구본탁 인바이오넷 사장(39)의 노력이 숨겨져 있다.

연세대출신의 식품생물공학 박사인 구사장은 생명공학연구소에서 9년간 연구원 생활을 하다가 동료들의 도움으로 창업을 했다.

그는 지난해 5월 홍콩에서 해외전환사채를 액면가의 1백20배로 발행,미화 1천6백만달러를 끌어들여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 돈과 대전지역 벤처인들의 도움으로 그는 한일그룹이 연구소로 지어놓은 3만2천평의 대지에 5천8백평의 연건평을 가진 연구소를 인수,대덕바이오커뮤니티를 조성했다.

그는 "이곳에 입주한 기업들끼리 최대한 협력을 끌어내기 위해 퓨전전략을 편 것이 결실을 맺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오기업들외에도 70여개 대덕밸리 벤처기업들이 사단법인 21세기 벤처패밀리를 주축으로 본격적인 퓨전에 나서고 있다.

올들어 대덕밸리의 벤처인들이 퓨전전략으로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