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본란에 실린 ''한국위기는 중국때문''이라는 제목의 글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극단적으로 달랐다.

우선 노동계에서 온 e메일들은 "이런 식으로 글을 쓰면 사장(死藏)될 줄 알라.당신은 기득권수호를 위한 바이러스"라는 등 협박과 험구(險口)는 물론이고 "경제이론교육을 더 받아야 되겠다"는 훈육형, "당신마저 이럴 수 있느냐"는 읍소형에 이르기까지 ''조직적 e메일 폭력''이 무엇인지 실감케 했다.

개중에는 "한국임금이 중국의 15배에 이른다는 비즈니스위크의 분석은 명목임금이고 실질구매력기준으로 볼 때는 5배도 안되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희생만 강요하는 듯한 논조는 온당치 않다" 등의 비판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기업인등 다른 대부분 독자들은 "이제 우리 모두가 현실을 겸허히 수용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이 이익을 내고 살아야 모두가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때라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경기도 용인의 조그만 경공업체 공장장으로 일한다는 독자는 현장에서 느끼는 곤혹감과 위기감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성의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제 몇년 후에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유종(有終)의 미를 거둘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제한 이 독자는 한발 더 나아가 "한국경제의 사활은 우리나라의 근로기준법에 달려있으며 현재 적용되고 있는 근로기준법을 그대로 놔둔 채 정부가 또 다시 주당 근로시간을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이려 드는 것은 한국경제를 암흑속으로 밀어넣으려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현재 우리나라 일반근로자의 유급휴일은 약 1백35일에 이른다"고 주장한 그는 "우리의 유급휴일에는 일요일(연간 52일), 공휴일(10일),신년,설,추석,하계휴가(최소한 10일),월차(12일, 여성 생리휴가는 포함되지 않음)가 있을 뿐 아니라, 10년 근속자의 경우엔 연차휴가가 20일 정도가 추가된다"며 그 자세한 내역을 열거했다.

우선 "토요일 오후(연간 24일에 해당)와 회사창립일, 노조창립일, 노조총회일, 개인경조사도 대부분 유급휴무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일주일에 2.6일의 유급휴가를 얻고 있는 셈"이며 "여기에다 주단위 근무시간을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이면 연간 24일의 유급휴무가 더 추가되어 무려 1백60일을 놀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어 "바꿔 말하면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일년에 2백일만 회사에 나와도 되고 이는 주 5일근무가 아니라 주 4일근무체제에 들어간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등 외부경쟁자들이 바짝 추격해오고 있는 상황에서 주 40시간 근무체제로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을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하면서 "주 44시간 또는 40시간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는 이유도 근로자들의 육체적 휴식을 보장하기 위한 순수한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는 실질임금을 높이기 위한 편법에 불과하다"고 힐난했다.

"외국에는 없는 월차휴가와 연차휴가(20년 근무시 30일,30년 근무시 40일등)만 가지고도 우리는 이미 주40시간 체제에 들어가 있다"고 지적한 그는 "주40시간 근무제로 새로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겠느냐는 게 정부의 기대인 것 같으나 이는 현장실정을 제대로 모르는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근무시간을 줄이면 일자리가 늘어날 것같지만 새 직원 채용에 따른 추가 보너스,개인경조비,식비,작업복비 등 때문에 회사들은 기존 직원으로 하여금 특근이나 연장근로를 하도록 권유하는 쪽을 선호할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우리모두가 솔직한 자세로 한국호(號)도 살리고 스스로도 사는 길이 무엇인지를 곰곰히 생각해야 할 때"라며 편지를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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