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현 게이트''에서 정·관계 고위인사를 대상으로 한 로비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것은 의문의 뭉칫돈 때문이다.

복잡한 거래과정에서 명분이 불분명한 거액이 오갔고 사용처도 확실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이 부분이 ''로비자금''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우선 수면위로 드러난 뭉칫돈은 신인철(구속)전 한스종금 사장과 관련된 부분이다.

신씨는 지금까지 진승현 MCI코리아 부회장으로부터 20억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신씨가 챙긴 돈은 모두 32억5천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돈은 진씨가 아세아종금의 대주주이던 설원식 대한방직 회장으로부터 아세아종금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새나간 것이다.

진씨는 아세아종금 인수대금으로 설씨에게 2백4억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이 거래를 중개한 신씨는 설씨에게 1백71억5천만원만 건넸다.

차액 32억5천만원이 중간에 빠져나간 것이다.

이중 23억원은 신씨가 챙겼다.

신씨는 이를 ''커미션''이라고 말하고 있다.

설씨와의 이면계약 사실을 모르는 진씨는 여전히 ''매입대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나머지 9억5천만원은 이 거래에 개입했던 아세아종금 임원들이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 98년4월~99년 7월 한솔PCS와 LG텔레콤 주식을 매각하면서 이중계약서를 작성,14억원을 챙기기도 했다.

검찰이 주목하는 대목은 신씨등이 챙긴 46억여원의 용처다.

검찰은 신씨가 이미 구속된 김영재 금감원 부원장보에게 준 4천9백50만원과 한국토지공사 담배인삼공사 임원 등에게 준 리베이트가 이 돈에서 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따라 검찰은 신씨가 진씨의 로비창구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신씨는 학연(전주고 출신)을 바탕으로 정·관계 인사들과 두터운 교분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씨는 모 증권회사의 명동지점장 출신이어서 금융계에도 탄탄한 인맥을 가지고 있다.

진씨가 신씨를 한스종금 사장으로 영입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검찰은 대한방직 설 전 회장의 역할도 주목하고 있다.

진씨와 설씨는 실제 거래금액과는 달리 외형상으로는 아세아종금 인수대금을 ''10달러''로 계약했다.

당시 아세아종금 인수과정을 금감원이 소상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변칙적인 거래가 아무런 문제없이 이뤄진 대목을 검찰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재계에서 상당한 위치를 확보하고 있는 설씨가 어떤 형태로든 무마시키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을 가질만 하다.

더군다나 설씨는 신병치료를 이유로 해외에서 들어오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 최연소로 증권사 사장에 올라 화제가 됐던 고창곤(38)전 리젠트증권 사장도 모종의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고씨는 진씨와 함께 작년 10∼11월 리젠트증권의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돼 있다.

고씨는 자신이 이사로 있던 리젠트종금을 통해 진씨 계열사에 6백억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들의 주가조작 혐의는 진작 금감원에 적발됐지만 1년이 지나서야 검찰에 통보됐다.

검찰은 이 과정을 추적하고 있다.

육상선수 출신으로 서울 B고 총동창회장과 체육계 고위간부를 지낸 진씨의 부친(59)도 나름대로 역할을 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그는 MCI코리아 회장과 열린금고 이사 직함을 갖고 있으며 정·관계에 발이 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공식적으로는 "현재까지 확인된 ''로비''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주로 개인간의 거래과정에서 ''착복''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씨가 검거되면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