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길부 < 건설교통부 차관 k10182@moct.go.kr >

무릇 모든 것에는 이름이 있다.

이름이 없으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땅에도 이름이 있다.

신촌 정읍 대전 울산….

모든 사람은 무엇인가를 떠올리며 특정한 장소를 연상하곤 한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이름을 갖듯이 국토의 모든 지역에는 태고적부터 이름이 있었다.

어떤 이름은 변함없이,또 어떤 이름은 변화무쌍하게 달라져 왔다.

땅 이름은 어떤 ''곳''을 나타내는 언어적인 약속이지만 그속에는 이름을 붙일 당시의 시대적 상황, 즉 역사 언어 풍속 종교 등이 함축 용해되어 있다.

이렇듯 땅 이름은 우리 선조의 생활모습이 소박하게 표현된 문화유산이자,우리 말과 역사가 살아 숨쉬고 당시의 사회상과 문화적 환경을 보여주는 화석같은 것이다.

지금부터 2백~3백년전 조선 영조때 쓰여진 ''춘향전''을 읽어 보자.

과거에 급제한 이몽룡은 ''숭례문 빠져나와 복사골(지금 도동)에서 말을 갈아타고 갈울(갈월동) 지나 만초내(서울역 뒤에 흘렀던 만초천) 돌아 한수(한강)를 건너 노들나루(노량진)에 닿으니,검은들(흑석동)이 어디메오,동재기(동작동) 지나서니 배나무골(이수역)이로다.

사당고을(사당동)에 접어드니 여우재(狐峴의 이두발음·남태령)가 앞을 가려 선바우(선바위역) 돌고 돌아 열음내(얕은내·과천)가 여기로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이렇듯 땅 이름은 우리를 2백~3백년전 생생한 역사의 현장으로 안내하게 된다.

우리의 땅이름은 우리의 역사와 함께 변해 왔다.

통일신라를 거쳐 고려와 조선 그리고 일제와 해방을 거쳐 오면서 많은 지역들의 땅이름이 바뀌어 왔고 앞으로도 바뀌어 갈 것이다.

그러나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대부분은 지도에 표기된 땅 이름을 그대로 믿고 부를 뿐,그 유래나 정확성 여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는 듯 하다.

최근 국토를 아름답게 가꾸고 보전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땅 이름이야 말로 지방문화의 근간이자 내 고장,내 국토를 이해하는 지름길이다.

내 지역에 왜 이런 이름이 붙여졌을까 한번쯤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