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순위 지각변동 오나 ]

부실기업들이 대규모 퇴출판정을 받음에 따라 업종별 재계 순위 판도가 크게 변할 전망이다.

물론 이번에 퇴출판정을 받은 회사들은 이미 영업이 부진해 업계 순위가 상당히 뒤처진 곳이 많다.

그러나 금융권으로부터 공식 퇴출 판정을 받음으로써 수주, 거래처 확보에 상당한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반면 회생 판정을 받은 회사들은 "가능성"을 인정받아 영업이 그만큼 순항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과 동아건설이 퇴출명단에 올랐던 건설업계는 지각 변동이 불가피하다.

삼성물산(건설부문)을 비롯 LG건설 대림산업 롯데건설 등 2위권이 유리한 입지에 올랐다.

현대건설의 경우 오너의 사재출연 조건으로 회생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하지만 건설업 속성상 퇴출명단에 한 번 올랐다는 경력만으로 현대건설은 해외 대형공사를 수주하는데 상당한 제약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퇴출판정을 받은 동아건설은 현재 서울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할 준비를 하고 있다.

동아건설 역시 신뢰성에 금이 가 신규공사 수주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시멘트 업종은 쌍용양회가 그대로 1위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 태평양시멘트로부터 외자를 유치 공동경영키로해 회사 내부에서 변동이 이뤄졌다.

건설경기 침체로 살아남은 건설업체들과 시멘트업체들은 앞으로 시장 점유율 경쟁을 치열하게 벌일 것으로 보인다.

섬유업종도 순위 변동이 예상된다.

갑을방적 갑을 등이 회생됐지만 매각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퇴출 판정으로 30대그룹 순위는 당분간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산총액 기준으로 지난 4월 지정한 30대 기업집단중 이번에 퇴출 판정을 받은 곳은 없다.

22위의 고합,24위의 대우전자, 27위의 새한이 후보로 올랐으나 회생가능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퇴출의 파급영향으로 내년쯤에는 30대그룹의 순위 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회생 판정을 받은 회사들중 매각대상이 적지 않아 이들을 어느 회사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순위변동이 예상된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기업들도 법원이 대규모 감자를 통해 새주인을 찾는 방안을 우선 검토하고 있어 법원을 통한 인수합병도 심심잖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이번 부실기업 퇴출로 부실기업으로 흘러들어갈 자금이 일반 기업으로 유입돼 기업들의 자금난 해소에 도움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완전한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아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통한 품질 원가 경쟁력 강화에 힘써야할 것으로 지적했다.

동원경제연구소의 온기선 이사는 "부실기업 판정이 났지만 업체들은 구조조정에 나서야할 것이라며 대기업들은 수익성이 낮은 사업부를 지속적으로 처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병 기자 jb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