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 경희대 경제학 교수 / 아태국제대학원장 >

외환자유화와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자유화를 너무 서두르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에 사전준비를 철저히 해야한다는 의미에서는 수긍이 간다.

그러나 ''국부유출''이란 개념에서 비판하는 것을 보면 아직도 우리 경제문제의 핵심을 이해하지 못하는 지도층이 많음을 느끼게 된다.

부실기업·은행의 해외매각때 나타나는 국부유출론은 시장의 가격결정기능을 믿지않는 사람들에 의해 제기된다.

만일 이런 국수주의적 사고와 행동이 애국이라는 믿음에서,또는 정치적으로 밑질 게 없다는 계산에서 나왔다면 이는 국가의 앞날을 걱정케 만드는 큰 일이다.

우리는 입만 열면 민족의 우수성을 자랑한다.

실제로 우수하기에 단기간에 괄목할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같은 민족인데,왜 북한의 형제들은 잘 살지 못하고,왜 선조들은 가난의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했는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올바른 경제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경제주체들이 이윤추구를 위해 자발적으로 행동하도록 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경제주체들이 경쟁을 회피하지 않고 공정하게 경제행위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다.

또 세계와 경쟁하며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대외지향적 발전전략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온갖 부정한 수단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잘 살고자 하는 작금의 우리 행태에 비춰볼 때,우리의 선조들은 실리보다 명분을 좋아했기에 경제를 등한시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북한과 같은 ''내부지향적 경제사회 환경''에서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경제가 발전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왜 개혁을 정상적으로 추진하지 못하고,후퇴하느냐 아니면 강행하느냐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되는가.

이는 개혁을 추진할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이 없고,무엇을 어떻게 개혁해야 하는 가를 제시하고 이를 경제주체들에게 설득할 전문가그룹이 사라져버린 데서 연유한다.

시장경제에 대한 지식과 믿음이 약한 사람들이 추진하는 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

부문간 일관성이 결여된 개혁프로그램은 국민의 지지를 얻기 힘들다.

글로벌 경제환경은 ''시장개방''''자유화''''감독기능 강화''의 세 개념으로 특징지어진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에 늘 소극적으로 대처해 왔다.

남의 나라에 가서 장사를 하기 위해 마지못해 남들이 요구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전략을 취해 왔다.

외국인과의 경쟁을 회피하고자 하는 경제주체들도 이러한 전략을 당연히 지지하게 됐다.

그러나 자유화가 수반되지 않은 시장개방의 결과는 무엇이었는가.

외국기업과의 자유경쟁체제가 갖춰지지 않으면 국내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지 않게 돼 결국 시장개방은 외국인에게 시장접근만을 허용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국내산업이 피해를 입게 되고,국수주의자들이 힘을 얻는 빌미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또 감독기능 강화없는 자유화는 경제위기를 부를 위험이 높다.

OECD의 국제금융전문가들은 가입협상 당시,감독기능을 강화하지 않고서 금융자유화를 추진해선 안된다는 메시지를 보내곤 했다.

금융자유화를 하지 말라는 뜻보다는 감독기능강화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실제로 97년말 금융감독기능의 강화조치를 미적거린 정치권에 IMF위기를 불러 온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한다.

결국 시장개방과 자유화, 감독기능의 강화라는 세 정책이 일관되게 추진되지 않는 한 대외경제정책은 항상 국수주의자들의 반박에 직면하게 될 정도로 부작용을 창출하게 된다.

이 세 정책을 동시에 또는 순차적으로 추진하느냐 하는 것은 전략적 문제이겠으나 각 경제주체들에게 세 정책간의 연계성을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온정주의가 지배하는 우리 사회에 냉철한 합리성을 바탕으로 하는 시장경제원칙을 적용시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세계경제환경의 냉엄함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 현실에 도전할 것인가,아니면 우리 식으로 적당히 살 것인가를 선택하지 않은 상태에선 말뿐인 개혁이 될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chskim@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