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은행이 은행 2차합병의 키를 쥔 것으로 부각되면서 뉴욕증시 상장을 앞두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정부와 금융계에서 2차 합병의 중심축으로 은근히 주택은행을 지목하고 있어 합병과 상장이란 두마리 토끼를 쫓아야 할 입장이기 때문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파견나온 직원은 국내에서 주택은행과 관련된 합병보도가 나올 때마다 일일이 해명을 요구, 그 내용을 본국에 보고하고 있다.

정부관계자 등이 주택-하나-한미은행간 합병 가능성 등을 시사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해명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SEC가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합병이 주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SEC 규정상 상장전 합병은 이미 제출한 추정 수익 등이 다 바뀌게 되므로 아예 불가능하다.

상장뒤 합병도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상장후 적어도 몇달내에 합병 등 중대변화가 생긴다면 심각한 신뢰의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상장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김영일 부행장은 "상장후 곧바로 합병을 발표했다가 주가가 떨어지기라도 하면 소송사태에 휘말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주택은행은 합병관련 루머나 보도를 일절 부인하고 있지만 SEC의 의심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부행장은 "SEC쪽에서 상장을 연기하자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며 "이러다 정말 상장이 무산될지도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주택은행의 이런 난처한 입장에 아랑곳없이 정부와 금융계에선 주택은행을 주축으로 한 합병 시나리오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더욱이 최근 진념 재경경제부장관이 김정태 주택은행장과 단둘이 만난 것이 금융계에선 합병에 관한 주도적 역할을 당부한 것으로 믿는 분위기다.

주택은행으로선 상장문제를 해결하고 난 뒤에나 합병이든, 금융지주회사 통합이든 검토해볼 문제라고 발을 빼고 있다.

결국 주택은행의 행보는 김 행장이 돌아와야 방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김 행장은 체코 프라하 국제통화기금(IMF) 총회뒤 바로 뉴욕으로 날아가 상장문제를 매듭짓고 다음달 6일께 귀국할 예정이다.

오형규.이상열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