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홍상화

진성호의 말에 진미숙이 차창 밖으로 시선을 보내며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그자는 호텔에서 괴한들에게 봉변을 당해 성기능을 못쓰게 되었고,그러다가 며칠전에 유서도 남기지 않고 자살했어"

진미숙이 차창 밖으로 보냈던 시선을 거두며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했다.

순간 진미숙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리고 진성호의 눈을 뚫어지듯 응시했다.

"설마…설마…네가…."

진미숙이 말을 더듬었다.

"그래,내가 사람을 시켜 그렇게 만들었어"

진성호가 시선을 앞에 둔 채 고개를 끄덕였다.

"너,너…완전히 정신 나갔구나…."

"정신 나간 게 아니야.정신이 나가지 않으려고 그렇게 했어.어느 누구라도 자기 마누라를 건드린 놈을 그냥 두면 그자는 정신이 나가게 되어 있어.겉으로는 멀쩡하게 보일지 몰라도 속으로는 이미 제정신이 아닌 거야"

"누굴 시켜서 그짓을 했어? 그자들이 잡히면 네가 어떻게 되는지 알아?"

진미숙의 눈이 충혈되었다.

"나는 내가 시킨 자를 알고 있지만 그자는 나를 전혀 몰라.그러니 그자들이 잡혀도 나하고는 연결시킬 수는 없는 거지"

"성호야…… 너 어쩌다 이렇게 되었어?"

진미숙이 고개를 숙인 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내가 왜 이 사실을 누나에게 털어놓는 줄 알아?"

진미숙의 흐느낌이 잦아들자 진성호가 앞을 보며 말했다.

진미숙이 진성호를 쳐다보았다.

"적어도 누나만은 나를 경멸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야.내가 그런 일을 당하고도 가만있으면 누나가 나를 얼마나 경멸하겠어?"

진미숙이 진성호를 잠시 멍하니 쳐다보다가 다시 고개를 숙이고 흐느꼈다.

"그리고 아직 한 가지 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어.아내를 의식불명이 되도록 한 자를 찾아내 벌을 받게 하는 거야"

"수사관들도 우발적인 사고라고 했잖아"

"난 믿지 않아"

진성호가 단호하게 말했다.

병원에 도착한 진성호와 진미숙은 차에서 내려 병원 현관문 쪽을 향해 걸어갔다.

진성호가 현관문을 열려는 찰나 두 사람의 중년 사내가 그에게 다가왔다.

"진 회장님이시지요?"

한 사내가 정중히 물었다.

진성호는 어리둥절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들과 같이 민 박사님 사무실로 가시겠습니까? 저희들이 직접 모시지요"

한 사내의 말에 진성호는 뒤에 서 있는 진미숙에게 고개를 돌려 시선을 보냈다.

"진 회장님 혼자만 모시고 오라고 민 박사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또 한 사내가 명령조로 말했다.

"무슨 일인데요?"

진성호가 불쾌한 어조로 물었다.

"올라가시지요.가족분은 로비에서 기다리시고요.민 박사님의 간곡한 부탁이 있었습니다"

"먼저 가봐.나는 로비에서 어머니와 오빠를 기다리고 있을게.아직 안 오셨을 거야"

진미숙이 올라가라는 손짓을 하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