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래 대학이나 대학원 수준에서나 필요한 것으로 여겨졌던 해외유학이 요즘은 중.고등학교에선 물론 초등학교에서조차 일반화되고 있다.

어지간히 한국 교육수준이 추락하고 있는가 보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선 전체 학부모의 무려 70%가 내국인도 국내 외국인학교에 다닐 수 있게 허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충격적이다.

한국의 공교육이 그렇게 몹쓸 것이 됐는가 싶다.

공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혐오감은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이를 해외유학 대신 차터(charter)스쿨, 즉 특별인가학교 제도로 해결해 나가고 있다.

이는 한마디로 껍질은 공립학교인데 알맹이는 사립학교인 학교다.

공립학교에 불만을 품은 지역 주민들과 일부 교사들이 주정부의 규제와 간섭, 감독을 받지 않는 학교를 독자적으로 운영하면서 시작됐다.

90년 미네소타주에서 최초로 관련법이 통과된 후 현재 36개 주 2천3백개 학교로 확산됐다.

94년만 해도 100개에 불과했던 것이 최근 5~6년 사이 이렇게 늘어났으니 그 인기가 가히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학생 수에 비례해 수업료만 주정부에서 지원 받을 뿐, 학교부지나 시설, 설비 등은 모두 자체 부담이어서 공립학교에 비해 태생부터 불리한 조건인데도 갈수록 차터스쿨은 영리기업들에 의해 설립, 운영되고 있다.

영리성 차터스쿨의 최대 회사가 에디슨 스쿨즈(Edison Schools,Inc.)다.

2천3백88명의 인력으로 미국 16개주 1백여개 K-12학교(초.중.고등학교를 모두 합한 학교)에서 3만8천명 안팎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미국 전체적으로 현재 53만명의 학생들이 차터스쿨을 다니고 있으니 에디슨은 이의 7%를 차지한다.

미국 전체 해당 학생수 5천3백만명과 비교할 때 차터스쿨은 전체의 1%에 불과하다.

찻잔 속 태풍이다.

하지만 바로 이 때문에 에디슨 스쿨즈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92년 크리스토퍼 휘틀이 뉴욕에 설립, 예일대학교 베노 슈미트 총장을 회장으로 영입해 3년간 완전히 새로운 교과과정을 연구 개발한 뒤 95년 8월 첫 학교를 열었다.

지난해 11월에는 영리학교법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나스닥에 상장했다.

시가총액 1조5천억원, 최근 1년간 매출액 2천6백억여원으로서 5년 후엔 지금의 5배로 성장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까지 흑자를 낸 적이 없지만 적자 규모가 계속 줄고 있고 주가는 최초 발행가보다 67% 올라 있다.

인터넷 성장기업에 못지 않은 성장주로 기대된다.

물론 이것도 거품이란 지적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에디슨 스쿨즈야말로 각종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공립학교보다 훨씬 많이, 잘 아이들을 교육할 수 있음을 실증해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공립학교 평균보다 30% 가까이 더 많은 시간 교육하고 질적 수준도 높다.

학생들의 품행도 훨씬 방정하다.

물론 학부모에게 추가적 부담은 없다.

교사들은 월급이 상대적으로 적고 업무량도 많지만 스톡옵션과 함께 학부모로부터의 존경과 성과위주의 평가에서 큰 희망과 보람을 느낀다.

교과과정은 고교 2년 차에 대학교 과정에 돌입하도록 짜여져 있다.

에디슨 스쿨즈의 개혁 실험이 성공할 경우 한국에선 유치원계의 몬테소리처럼 초.중.고등학계에서 에디슨 열풍이 불지도 모른다.

제발 좀 빨리 그리됐으면 좋겠다는 학부모가 많을 것 같다.

[ 전문위원, 경영박, shindw@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