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금고 업계에 첫 20대 여사장이 나왔다.

화제의 주인공은 서울 신안신용금고 임채연(28) 사장.

임 사장은 최근 열린 신안금고 주주총회에서 새 사장으로 선임됐다.

신용금고업계 28년 역사상 첫 20대 사장으로 신용금고법이 생긴 1972년은 공교롭게도 그가 태어난 해다.

지난 90년 광주여상을 졸업한 후 곧바로 신안종합건설에 입사, 주택사업 회계 자금부 등을 거치며 금융 실무를 익히던 그는 98년 인생에 전기를 맞이한다.

평소 딱 부러진 일처리 솜씨를 눈여겨본 신안그룹 박순석 회장이 계열사인 신안스포렉스 영업본부장으로 발탁한 것.

파격적인 인사에 한때 박 회장과 친인척 관계가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뒤이어 지난해 1월에는 신안주택할부금융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기며 입사 9년만에 평사원에서 사장의 자리까지 올랐다.

"입사 후 주로 자금담당 업무를 맡아온 것을 박 회장께서 인정해 할부금융 사장을 맡기셨어요. 제가 하는 일에 믿음을 가질 수 있어 저를 중용했다고 하시더군요. 중책을 맡아 부담이 컸습니다"

그의 사업수완은 이때부터 더욱 빛을 발했다.

당시 80억원에 불과하던 할부금융 여신규모를 지난 7월말 현재 3백50억원으로 4배 이상 늘려 놓은 것이다.

"어린 나이에 사장에 올라 걱정이 많았지만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신데다 마침 경기도 회복기여서 운이 좋았어요. 잘해야 한다는 오기에 저 자신부터 고객을 찾아 발이 붓도록 뛰어다니기도 했고요"

이에 임 사장의 능력을 확인한 신안그룹은 지난 주주총회에서 신안신용금고 신안주택할부금융 그린C&F 등 금융 계열사들을 소그룹으로 출범시키며 총괄 대표이사 자리를 그에게 내주기로 결정했다.

그는 "여신 전문인 할부금융과 달리 신용금고는 수신 분야까지 업무가 넓어져 일할 맛이 더 난다"면서 "젊은 패기를 살려 열심히 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임 사장은 "최근 금고업계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비관적인 전망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특화된 상품을 개발해 틈새시장을 뚫는다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장 취임 후 첫 작품으로 여성들을 위한 전용상품을 선보이기 위해 이미 준비작업에 착수했다면서 내달 중에는 신상품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신안금고는 지난 7월말 현재 총 자산 8백84억원, 수신 7백93억원, 여신 4백39억원 규모의 소형 금고다.

임 사장은 "건전성과 수익성을 고려하는 동시에 규모를 키우는데도 신경을 쓰겠다"면서 "금고업계에 불어올 새로운 바람을 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직 미혼인 그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언제라도 결혼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일하는 재미가 너무 좋아 그 날이 언제 올지는 아직 모르겠다"며 활짝 웃어보였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