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욱 <전문위원>

''이제 한반도에 전쟁은 없다''고 뜻을 모은 지난주의 남북정상회담은 한민족에 있어서 아마 ''해방이후 최고의 희소식''이 아닐까 한다.

양국 정상은 참으로 세계사에 길이 남을 큰 일을 해냈다.

독일의 사상가 칼 슈미트는 일찍이 냉전체제가 ''친구'' 아니면 ''적''의 세계였다면, 글로벌라이제이션체제는 ''모두가 경쟁자''인 세계라고 했다.

북한은 이제 ''적''이 아닌 ''경쟁자''의 하나가 됐다.

이번 양 정상의 모습이 마치 ''합병''키로 했음을 선언하는 기업 최고경영자들로 비쳐지는 것도 바로 이때문일 것이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냉정체제의 결정적 문서가 ''협약(Treaty)''이었다면, 글로벌라이제이션체제의 핵심은 ''딜(Deal)''이라고 했는데 그야말로 ''빅딜''이 시작됐다.

그러나 ''통일이라는 빅딜''에 이르기까지는 넘어야할 난관들이 적지않다.

통일로 가는 길은 TV영상이 빚어내는 가상현실처럼 전혀 극적이지 못할 것이다.

최소한 세 가지 과제가 현실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이것들은 어느 것 하나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해법도출은 커녕 논의 자체만으로도 사회가 혼란으로 빠져들 수 있다.

첫째 헌법 개정문제다.

현재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부속 도서로 정하고 있다.

북한은 따라서 우리 땅을 강점하고 있는 것으로 규정된다.

이는 북한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남북간 체제 통합방식에 있어 김 대통령이 제안한 "연합제"든 김 위원장이 제안한 "연방제"든,후속조치는 당연히 영토를 재 규정하는 헌법 개정이다.

이는 사실 현실적이고 사려깊은 전문가들이 그동안 유일한 평화적 통일 방안으로 권고해 왔던 것이다.

다만 첨예한 남북 대치상황에서 자칫 오해받고 또 국내 용공세력을 부추길까 말을 삼갔을 뿐이다.

문제는 이같은 헌법개정이 남.북 어느 쪽이나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남.북한이 동시에 이를 시행해야 하니 더 어렵다.

게다가 헌법 개정 논의가 시작되면 내각제며 대통령 임기 및 재임 허용여부에 관한 해묵은 논쟁이 재연될 소지가 높다.

만약 여당이 실제로 이 과정에서 4년 연임제 대통령제로의 전환을 주장한다면 그동안의 남.북대화는 "정권재창출"을 위한 한판의 "쇼"로 매도될 수도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명이 얼마전 "정권재창출이 안 되면 피비린내가 날 것"이라고 얘기한 터라 더욱 그렇다.

둘째 통일비용 염출문제다.

"통일"이란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자는 것이다.

공동체를 이루자면 그 구성원들이 "내가 누구인가"에 관해 동일한 정체성을 지니고 "우리가 다 함께 주인"이라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소외되고 차별받는 사람은 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없다.

이에 중요한 것이 소득수준 평준화다.

관련 전문가들은 10년 후 통일을 가정하고 그동안 북한의 소득수준이 남한의 현재 12분의1 수준에서 3분의1 수준까지는 향상돼야 사회불안없이 통일이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1천조원,즉 연간 1백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계산했다.

이는 곧 한국 정부의 연간 예산이다.

결국 통일이 한국 국민들에게 의미하는 것은, 지금보다 세금을 2배씩 낼 용의가 있느냐로 요약된다.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아질 것이다.

왜냐하면 세금인상은 해수면 상승과 같이 항상 수많은 사업들을 손익분기점 밑으로 잠기게 하기 때문이다.

이는 대량 실업사태를 의미하며,따라서 남은 자들은 더 많은 부담을 져야 한다.

셋째 세계 질서,그 중에서도 동북아시아 질서속의 한국 위상 정립문제다.

솔직히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이해 관계로는 한국의 통일이 달갑지 않은 일이다.

회담이 끝나자마자 전국 대학에서 "반미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 이를 대변한다.

이런 일부 국민의 지각없는 행태는 지난 총선에서 드러난 것과 같은 영.호남간의 분열양상을 더욱 심화시킬 소지도 있다.

최악의 경우 이왕 "연방제" 얘기가 나왔으니 "3국 연방제"는 어떻겠느냐는 논의로 이어질 수도 있다.

오마에 겐이치 UCLA교수는 지난해 12월 사피오지 기고문에서 한반도의 분열상을 "한국의 숙명"으로 규정했다.

전문위원 shin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