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시장에서 급격한 상승곡선을 그리던 현대차가 주춤거리고 있다.

현대차가 잘 팔린 것은 잘 나가는 미국경제 덕도 있지만 현대가 내놓은 "10년 보증"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10년안에 엔진에 이상이 있을 경우 책임지겠다는 현대의 다짐은 미국 최장의 보증으로 꼽히고 있다.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미국소비자들은 "일단 믿어보겠다"는 분위기였다는 게 이곳 딜러들의 얘기다.

기자가 부임한 98년만 해도 한국차는 가뭄에 콩나듯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제 워싱턴지역 어디를 가든 한국차를 목격할수 있다.

특히 샤로츠빌 같은 대학촌에 가면 현대차를 볼수 있는 빈도가 훨씬 늘어난다.

경제사정이 그리 넉넉지 못한 학생들에겐 한국차 만한 안성맞춤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갑자기 불거진 현대 불안감은 "10년 보증"이라는 세일즈 광고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소문에 휘말린 회사의 "10년 보증을 어떻게 믿느냐"는 즉각적인 반응이 일고 있는 것이다.

"별일 없을 것이라던 대우자동차가 무너지고 난 뒤끝이라 미국소비자들의 의구심이 더 증폭되고 있다"는 게 이곳 딜러들의 얘기다.

수백만달러씩 들여 내보내는 TV광고가 오히려 소비자들의 의구심만 증폭시키는 재료로 비쳐질 수 있다는 딜레마에 휩싸여 있는 것이다.

한국상품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는 자동차만한 효자도 없다.

자동차는 "움직이는 광고탑"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세계최대 반도체생산국이지만 컴퓨터를 뜯어보지 않는 한 어느 회사가 만든 반도체인지 알수 없다.

그래서 인텔은 모든 컴퓨터에 "인텔 인사이드 (Intel Inside) "라는 표식을 달 것을 주문하고 있다.

삼성이 자동차를 해보고 싶어했던 주요 이유가 이와 무관치 않다는 설명도 있었다.

올해 "무역흑자 1백20억달러"는 이미 공염불이 됐다.

경상수지는 이미 적자를 기록하기 시작했다는 보도도 있다.

돈 못버는 기업은 망하듯 수출 못해 달러를 벌어들일 수 없는 나라는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이를 의식한 듯 김영호 산자부장관은 최근 워싱턴을 방문,"우리나라 경제의 V자형 곡선이 무너지고 있다"고 했다.

무역수지개선 없이는 어렵게 회복된 해외신뢰도 다시 물거품이 될수 있다는 얘기다.

지배구조개선도 좋고 기업투명성 확보도 좋지만 제 발로 찾아들던 미국 소비자들을 내모는 맹목적 구조개선은 교각살우에 불과하다.

워싱턴=양봉진 특파원 http://bjGlob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