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여름 우리나라 주가지수는 300 아래로 추락했고 위기의 끝은 잘 보이지 않았다.

이를 극복하도록 도와준 것이 바로 미국의 저금리 고주가 정책이었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저금리 고주가를 유도해 위기극복의 실마리가 만들어졌다.

저금리 고주가는 또한 미국이 엄청난 소비기지의 역할을 하도록 해주었다.

주식가격의 상승을 통해 개인들이 부를 축적하면서 그중 상당 부분을 소비하게 됐고 이 덕분에 전세계에 존재하는 유휴설비를 해소하는 동시에 무역수지 적자를 통해 전세계에 달러유동성까지 공급했다.

미국의 지난해 수지적자는 3천3백84억달러,올해는 4천억달러에 이르렀다.

결국 달러가 세계경제에 이만큼 공급된 것이다.

그러나 10년 가까이 지속된 호황을 통해 피로감이 누적된 미국경제는 서서히 경기침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선 주식가격이 조정을 보이고 있고 이에따라 소비가 서서히 정체돼 가고 있고 통상압력을 통한 무역수지적자 축소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우리경제는 수출드라이브를 통해 계속 외환을 벌어들이고 이를 축적해야 안심이 되는데 이러한 움직임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최근 유가상승도 우리경제를 압박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국내는 어떠한가.

경상수지흑자는 줄고 구조조정은 지연되고 있다.

또한 새한그룹의 워크아웃으로 인해 채권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자금시장의 경색이 일어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은 분명 악재다.

그런데 우리는 이 악재를 보면서 97년 외환위기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고 이를 우리 스스로 주가에 반영시키고 있다.

상위 10종목 정도를 뺀 나머지 종목들을 가지고 구한 주가지수는 "IMF사태" 때 수준에 이르렀다는 보도를 보면 우리나라 투자자의 머리에는 이미 또 다른 IMF위기가 와 있는 것이다.

악재를 위기로 연결시키는 고리를 쥔 진짜 주체는 바로 외국투자자들이다.

IMF위기는 한국경제에 대한 신뢰를 상실한 외국투자자들이 한꺼번에 자금을 회수 함에 따라 발생한 외화유동성 위기였다는 것이 정설이고 보면 이제 그들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위기도래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결국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해야할 것은 신뢰도 회복이다.

우선 정부부터 솔선수범해 현재 부진함을 떨치지 못하는 투신문제를 포함한 금융구조조정의 구체적인 아젠다와 일정을 밝혀야 한다.

그리고 진행상황을 대내외에 알리고 일정을 지킴으로써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착실하게 쌓아가야 한다.

또한 아깝다고 하지만 말고 외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투자기회를 계속 창출해 줘야 한다.

그리고 단기회수가 어려운 직접투자를 더욱 많이 유치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없으면 그들이 한국경제에 악재가 발생할 때 이를 핑계삼아 떠날 수 있고 그러면 곧 위기가 오는 것이다.

펀더멘털이 좋다고 자꾸 강조할 필요도 없다.

그냥 우리 스스로가 노력하면서 속이지 말고 솔직하게 공표하고 판단은 그들이 하도록 하면 된다.

적당히 조작을 하거나 과장된 수치를 가지고 눈가림하려 들다가 이것이 밝혀지면 엄청난 역효과를 낳게 된다는 것은 외환위기를 통해 뼈저리게 느낀 부분이다.

투신사 부실도 그렇다.

계속 미루고 연기하면서 적당히 때우려 들다가 호미로 막을 수 있을 것을 가래로 막게된 것이 아닌가.

또한 대외신뢰도에 있어서 경상수지문제는 특별관리대상이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의 경상수지문제는 대외신뢰도와 깊숙이 연결된 중요한 이슈로 등장했다.

이제 옛날처럼 수지적자를 느긋하게 볼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수지적자가 곧 신뢰도 상실로 이어지는 상황이 된 것이다.

흑자규모를 너무 키우려하면 역효과가 난다.

흑자규모가 좀 작더라도 지속적으로 내는 것이 중요하다.

주지하다시피 우리경제는 수출의 수입유발효과가 매우 큰 경제이기 때문에 무리해서 수출을 하면 결국 수입이 늘어나게 돼 있다.

따라서 단기에 무리해서 큰 규모의 흑자를 낸후 그 다음에 그 후유증으로 인해 적자로 반전되는 것보다는 계속 작은 규모의 흑자를 내는 것이 신뢰도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다.

냉장고에서 시신이 발견되었다.

그런데 사인을 조사해 보니까 동사한 것이 아니라 심장마비였다.

냉장고는 그 시간에 고장이 나 있었다.

결국 이 사람은 실수로 냉장고에 갇히고서는 자기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의해 심장마비를 일으켜서 죽은 것이었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소위 패닉현상이다.

이것은 지금 우리 경제를 바라보는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표현하는 화두다.

냉장고에 갇힌 것은 분명 악재다.

그러나 이것이 죽음으로 연결된 것은 자신이 스스로 느끼면서 만들어낸 공포감이었던 것이다.

스스로 패닉에 빠지는 것은 금물이다.

우리 스스로의 패닉은 외국인 투자자까지 동요시켜 결국 악재를 위기로 연결시킬 수도 있다.

chyun@ wh.myongj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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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미 시카고대 경제학박사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