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산업에는 조회가 없다.

사훈조차 만들지 않을 정도로 형식을 싫어하는 정문술 사장의 성격 때문이다.

이런 정 사장이 오랜만에 사원들과 대화할 기회를 최근 가졌다.

신입사원 한명이 손을 들었다.

"우리 회사의 비전은 무엇입니까"

의욕적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얘기를 입사전에 들었던 터라 멋진 비전이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다음 순간 머쓱해졌다.

"그걸 왜 제게 묻습니까. 비전은 귀하가 만들어야지요"

미래산업만큼 인터넷을 비롯한 신규사업에 왕성하게 나서는 벤처기업도 드물다.

그러나 정 사장은 모든 것을 사원 자율로 결정토록 한다.

사업방향과 투자결정까지도.

자신은 직원들이 창의를 최대한 발휘토록 하는데 주력한다.

회사 인감마저 자신이 보관하지 않는다.

회사가 번 돈이 사외로 빠져 나가지 않고 직원에게 돌아가게 만들며 후임 사장 역시 임직원중에서 나올 것이라고 공언한다.

이런 경영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미래산업의 올 1.4분기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의 10배로 늘었다.

계열사 소프트포럼은 금융기관의 보안솔루션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합작사인 라이코스코리아의 기업가치는 급상승하고 있다.

무엇보다 미래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우수한 인재들.

몇년전만해도 대졸자를 뽑는데 어려움을 겪던 이 회사에 이제는 능력있는 사람들이 구름떼같이 몰리고 있다.

지난달에는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가진 가종현(33) 변호사와 한국 공인회계사이면서 미국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김점표(35)씨가 각각 경영지원팀장과 회계팀장으로 입사했다.

연봉이 절반이하로 줄어드는데도.

가 변호사는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후 시카고대에서 경영학석사, 뉴욕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딴 인물.

96년부터 미국 최대 로펌인 스캐든압스의 뉴욕과 홍콩 사무실에서 기업인수합병(M&A)과 국제금융 전문변호사로 일해 왔다.

김 회계사는 연세대 경영학과와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공인회계사 자격을 땄다.

미국 공인회계사 시험에도 합격한 상태.

안건회계법인에서 11년동안 일하면서 다국적기업을 대상으로 회계감사와 자문을 해왔다.

특히 국내업체의 해외 주식예탁증서 발행과 해외투자유치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능력을 인정받은 이 분야 전문가.

고액 연봉을 받으며 잘 나가던 이들이 미래산업으로 자리를 옮긴 이유는 "일할 맛 나는 회사에서 일하고 싶었다"는 한가지 이유 때문.

미래산업과 인연을 맺은 것은 작년 7월.

미래산업의 나스닥 상장작업에 참여하면서.

기업내용을 속속들이 파악하면서 투명경영과 성장성에 매료됐다.

함께 일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고 회사에서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들뿐 아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연구소에서 일하던 박사급 연구원들이 줄지어 문을 두드리고 있다.

김낙훈 기자 nhk@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