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물주의 ''심술'' ]

이땅에 삶을 허락해 준 조물주에게 기본적으로 감사한 마음은 항상 갖고
산다.

꼭 한가지 불만은 주식에 관한한 우리를 장애자로 태어나게 했다는 점이다.

장애도 보통 장애면 이런 불평을 안한다.

20년간 평균 열배 상승하는 장에서도 코피가 터지는 아주 심각한 장애다.

코뼈마저 부러진 사람도 부지기수다.

지수가 열배 올랐단 말은 가격이 내린 주식이 있는 반면, 수십배가 뛴 놈도
많다는 말이다.

이 와중에서 손실을 본다는 건 웬만한 기술로는 불가능하다.

깨질 주식만 절묘하게 골라 사고 팔아야 된다.

오르는 주식도 내리는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잡아서 최고의 기술로 잃고
나와야 된다.

우린 이렇게 기가 막힌 재주를 갖고 태어났다.

좀더 근원적으로 보면 그런 돈 까먹는 재주는 조물주가 부여한 인간
심리로부터 나왔다.

불안, 탐욕, 희망, 막연한 기대심리 등이다.

이러한 "조물주의 심술"을 치료받기 위해 많은 환자들이 우리 투자클리닉을
찾는다.

처음 오시는 분들께는 맨 먼저 단체진료란 게 실시된다.

주식이라는 게임의 본질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심어줌으로써 돈 까먹는 심리
를 단체로 교정해주는 자리다.

이 강의에서 역점을 두는 포인트중 하나는 막연한 기대심리 부분이다.

이 부분은 "우량주 장기보유"라는 익숙한 용어로부터 출발한다.

나는 우선 우량주가 뭐냐는 질문부터 한다.

큰 회사, 튼튼한 회사, 재무제표가 건실한 회사, 부채비율이 낮은 회사,
높은 수익성과 성장성이 기대되는 회사, 블루칩...한결같이 모호하고 교과서
적인 대답들을 한다.

그렇다면 지금 가장 많이 물려있는 주식이 어떤 주식이냐고 또 물어본다.

그 순간 여기저기서 볼멘소리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방금 열거한 바로 그 우량주라고 하는 것들이 범인이다.

사두면 은행이자보다는 낫겠지하고 11년을 갖고 있었는데 반토막 났다.

조정받을 때 저점에서 샀는데 그 이후로 계속 빠졌다.

지난번 반등 때 팔았어야 되는데 얼마까지 더 간다해서 못팔았다는 등 숨이
턱턱 막히는 얘기들을 한다.

주식은 7백만명의 순전히 이기적인 사람들이 벌이는 냉정한 게임이다.

내가 가진 상식이나 막연한 기대감 따위는 아무도 거들떠 보지않는다.

돈을 놓고 벌이는 치열한 전쟁터에서 교과서를 갖다 대놓고 사설을 늘어
놓다가는 반드시 전사한다.

우량주가 어떤 주식이냐?

어느 단체 클리닉시간에 이루어진 환자 한분과의 대화속에 그 해답이 있다.

"K전자 주식을 3만5천원에도 사고 2만5천원에도 샀는데 오늘 3만원으로
끝났습니다. 그렇다면 K전자는 우량줍니까, 불량줍니까?"

"3만5천원에 산 주식은 불량주고 2만5천원에 산 주식은 우량줍니다. 선생님
이 그 회사 대표이사도 아닌데 그 회사 재무상태가 우량하든 불량하든 무슨
상관입니까? 선생님의 목표는 그 회사 주식에서 수익을 올리는 겁니다.
그렇다면 돈 뺏어가는 주식은 불량주고 돈 벌어주는 주식은 우량줍니다.
회사를 보지말고 주가를 보십시오"

태어날 때부터 이미 장애가 있는데 더 이상의 상처는 싫다.

잘못하면 영원히 불구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우량주를 저점매수하여 장기보유한다는 엉터리같은 얘기는 이제 그만
하자.

본말이 전도됐다.

사기전에는 우량한지 어떤지 아무도 모른다.

사기전에 장기보유니 단기보유니 하는 말을 해선 안된다.

사서 오르면 일단 우량끼가 엿보이는 것이다.

그러다가 많이 오르면 바로 그 놈이 우량한 놈이다.

그 때 비로소 장기보유를 결정하는 것이다.

우량주는 나에게 돈을 먹여주는 주식이 우량주다.

[ 김지민 현대투자클리닉원장 (한경머니 자문위원)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