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윌리엄슨 < 한국IBM 전무 >

IBM 베트남지사에서 3년간 근무하고 지난해초 한국에 부임했다.

굉장한 행운이라 생각한다.

한국에 오기 전에는 한국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었다.

주로 금융위기와 예측불허의 경제상황에 대해서만 들었다.

이제 1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한번 정리해 보겠다.

먼저 한국은 아시아에서 정보기술(IT) 측면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장중
하나임이 틀림 없다는 점이다.

한국은 시장규모 기술축적도 신기술수용도 정부지원 기술밀집도 등 여러
긍정적인 시장 요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첫째, 시장규모를 보자.

아시아 최대시장은 아니지만 4천만명이 넘는 인구를 지닌 국가로서 그
자체가 시장성을 갖는다.

특히 잘 가꾸어진 인프라와 대규모 경제기반이 자리를 잡았다.

둘째, 높은 기술축적도이다.

한국 시장에 IT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긴 하지만 유능한 IT 기술인력이
각 분야에 포진하고 있다.

한국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며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룩하게 된 배경도
기술인력이 풍부한 덕분이다.

수십년간 기업들이 IT에 적극 투자해 온 결과이기도 하다.

한국의 IT 역사는 최소한 30년은 된다.

수십개의 세계적인 IT 업체들이 한국내 파트너들과 경쟁 또는 협력하고
있다.

한국은 이미 여러 분야에서 앞선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 단계에 진입해
있다.

셋째, 인터넷을 포함한 신속한 신기술 수용과 활용도이다.

세계적으로 인터넷 사용 인구가 1억6천만명에 달한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초 3백10만명 수준이던 것이 현재는 6백만명을 훨씬
넘어섰다고 한다.

이는 세계 10위 수준이다.

향후 전망에 따르면 2001년에는 한국이 7위권으로 진입할 것이라고 한다.

한 예로 최근 네티즌들 사이에 열병처럼 번진 스타크래프트 게임 소프트웨어
만 해도 전세계적으로 판매된 3백만 카피 중 1백만 카피가 한국에서 팔렸다고
한다.

인구 4천만명 규모의 시장에서 게임 소프트웨어의 경우 보통 1만5천개 정도
팔리면 성공적이라고 볼 때 2백배가 더 팔린 셈이다.

전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일이다.

이에 힘입어 전국에 5백여개에 불과하던 인터넷 게임룸 숫자가 20배 이상
으로 급증했으며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있는 사업 분야로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을 게임이나 E메일용으로만 쓰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의 구매 형태에도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상공회의소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사이버쇼핑몰을 통한 거래 규모가
1천5백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1천2백개 이상의 쇼핑몰이 개설돼 있다.

인터넷 쇼핑에 대한 관심도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IDC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인터넷 쇼핑몰 거래액 규모가 2004년까지 약
9억달러에 이를 것이며 이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전체 전자상거래 규모의
약 16%에 해당한다.

이러한 수용도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 및 오락 측면에서 한국이
새로운 글로벌 네티즌 유행을 선도하는 것이다.

인터넷 측면에서 보면 한국은 굉장히 앞서 있다.

아시아 전체적으로도 인터넷 사용자 숫자가 크게 늘수록 인터넷 상거래 시장
규모도 크게 늘겠지만, 많은 인터넷 사용자가 실질적인 상거래와 비즈니스를
하는 한국같은 시장이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한국이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차별화되는 점이다.

신규 IT 업체들이 창업을 적극 도와주는 정부의 지원이 네번째 이유이다.

창의적인 정보기술은 소규모 벤처들로부터 나온다.

지원 정책 프로그램을 통해 정부가 이러한 신규 IT사업체를 지원하고,
규제책을 두지 않은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향후 투자에 대한 성공과 신규 투자 유치의 열쇠는 정부 규제가 아니라
시장의 힘이 성패를 판가름하도록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술의 집중(밀집)도이다.

많은 한국인들이 서울과 수도권에 인구와 시설이 밀집돼 교통.주택문제 등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한다.

서울을 포함한 위성도시 등에 집중돼 있기에 기업들의 투자 심리도 부추길
수 있다고 본다.

중소 규모 도시로 한반도 남쪽에 흩어져 있다고 가정해 보자.

국내외 기업들이 중복투자에 대한 부담 때문에 시장매력이 반감할 수도
있지 않을까.

통신 등 IT 기술 및 장비 활용 측면에서도 단일 지역내 밀집된 환경이 더
효율적이다.

정보기술 분야에 관심을 가진 중소 신규업체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해외시장을 벤치마킹하면서 성장시키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한국이 성장할 것은 의심치 않으며 성공 자체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 글로벌
리더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 sawillia@kr.ib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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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수리경제학과
<>미국 하버드대 리더십과정 수료
<>베트남 IBM 지사장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