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최근 법안심사나 정치개혁 협상에서 보인 일련의 행태들은 곰곰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우선 변호사법 개정안을 다룬 법사위만 해도 그렇다.

대부분이 변호사인 의원들은 정부가 핵심 개혁과제로 추진해온 변호사단체의
복수화 방안과 변호사에 대한 징계권을 국가가 환수하는 방안을 백지화시키고
전관예우 금지, 법조비리 내부 고발자 보호조항 등은 삭제하거나 완화했다.

변호사들의 이익을 굳건히 지키는데 충실한 셈이다.

직역 이기주의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만하다.

재경위원회 또한 정부가 제출한 부가세법 개정안을 심의, 간이과세 적용기준
을 "연간 매출액 4천8백만원 이상으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금액"으로 고쳤다.

당초의 정부안은 현행 과세특례 제도가 탈세 및 세부담의 불공평을 야기할
뿐 아니라 세무 부조리까지 유발하고 있으므로 이를 폐지하고 4천8백만원
미만의 자영업자에게는 간이과세를 적용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내년 총선을 의식한 여야가 짝짜꿍이 돼 간이과세 대상을 확대키로
한 것인데, 과연 국익에 부합한 결정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견제 역시 속이 뻔히 들여다 보이는 의원들의
이기주의라 아니할 수 없다.

선거공영제를 확대한다는 명분으로 선거사무장의 수당과 선거사무실 임차비,
연설용 자동차 비용까지 국고에서 부담해야 한다고 우기면서도 선관위가
요청한 선거사무소 출입권한, 선거비용 실사권 강화 등에 대해서는 한결같이
부정적이다.

선거부정의 적발 가능성을 처음부터 가로막겠다는 의원들의 후안무치라
아니할 수 없다.

이밖에 재정적자를 걱정하던 입으로 지역구의 사업비는 늘리라고 주장하고,
당초 줄이겠다던 국회의원 정수는 어영부영 현행대로 유지하는 쪽으로 흘러
가는 등 도대체 어느 나라 국회인지 헷갈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이러니 각종 여론조사 때마다 국회의원들의 인기가 밑바닥을 기는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가뜩이나 정치권에 대한 비판과 불신이 극에 달한 가운데 이런 처신은
정치에 대한 분노까지 유발하고 있다.

차라리 세비만 받고 가만히 있는 것이 국익에 해를 덜 끼친다는 비난에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국민의 대표로서 최소한의 염치라도 갖춰주었으면 좋겠다.

특히 국회의원들은 국익은 제쳐놓고 제몫만 챙기는데 급급하다는 세간의
비판이 지나친 것인지 진지하게 스스로를 성찰해봐야 한다.

의원들을 비판하는 국민들도 그들을 대표로 뽑아준 것은 근본적으로 유권자
들의 책임이라는 점을 확실히 인식해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