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현 < 고려대 교수 / 경영학 >

현대 한국사회에서 사람들은 언론에게 많은 것을 기대한다.

단순한 정보의 전달뿐 아니라 정치권력 및 대기업을 올바른 방향으로
유도하고 감시.비판하는 임무와 건전한 여론을 형성하는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

그만큼 언론의 책임이 중요한 것이다.

특히 종합경제지에게는 위에서 말한 일반적인 언론의 역할이외에도 경제
현안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과 경제활동 관련 전문 지식의 원천으로서의
역할도 기대한다.

그만큼 경제지의 책임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그동안 우리경제의 발전과 더불어 한국의 리딩 종합경제지로
서 성장해왔다.

몇달 전부터 산뜻한 표지와 글로벌한 시각의 구성, 그리고 시의적절한
칼럼으로 급격히 변화하는 글로벌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곁에
다가왔다.

편집 내용 측면에서 볼 때 한경은 일관성이 있게 만들어지고 있다고 본다.

기업입장에서 바라보는 시각을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으며 다른 경제지보다
기업경영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기사들이 많은 점이 돋보인다.

예를 들어 지난주에 시작된 "6시그마 경영"에 관한 시리즈는 초일류 품질
경영에 관한 성공사례들을 소개함으로써 한국 기업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너무 기업 지향적인 시각을 고수하다 보면 독자들이 경제지로부터
기대하는 역할의 하나인 재벌에 대한 견제 기능을 수행하기 힘들 수 있으므로
균형을 잃지 않는 편집이 중요할 것이다.

형식 측면의 편집은 전반적으로 좀 산만하고 일관성이 부족한 느낌이 든다.

이는 아마 많은 정보를 전달하고자 하는 데서 비롯된 것 같다.

그래도 약간 혼란스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와 같은 느낌은 섹션제목과 부합되지 않는 기사배치, 1면 머리기사의
선택, 그리고 너무 많은 인물사진의 사용에서 두드러진다.

좀더 단정한 느낌을 기대해 본다.

지난주의 경우를 보면 "6시그마 경영"에 관한 사례분석 기사는 13일자에서는
종합.해설면에서 다루어졌고 14일자에서는 기획면에서 다루어졌다.

이러한 기사는 하나의 면에서 계속적으로 다루어져야 옳다.

이를 종합.해설면에서 다룬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

이러한 느낌은 1면 머리기사의 선택에서도 가지게 된다.

독자들이 1면 머리기사로부터 기대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경제관련 뉴스일
것이다.

하지만 가끔씩 한경의 1면 머리 기사는 독자들이 생각하기에는 기획기사로
보도되어야 할 것같은 내용의 기사들로 채워진다.

예를 들어 14일자 "사이버경영, 회사를 바꾼다"라는 기사는 매우 유용하고
잘 정리된 기사다.

하지만 이 기사가 과연 1면 머리기사로 적당한가에 대해서는 독자입장에서
볼 때 의문이 생긴다.

기업경영에 있어서 인터넷의 중요성은 그간 많이 알려져 있다.

독자들도 어렴풋이나마 그 내용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기사는 오히려
심층기획 기사로 알맞은 것 같다.

인물 사진이 너무 많은 것도 지적될 사항이다.

13일자의 경우엔 인물면을 제외하고도 무려 30여 개에 이르는 인물사진이
실렸다.

인물사진이 실린 기사는 대부분 박스기사들이므로 수많은 박스기사들 사이로
신문을 읽어 내기가 쉽지 않다.

특히 파워프로 시리즈나 데스크 대담에서 사용되는 인물사진은 너무나 커서
산만한 느낌을 준다.

때론 거부감마저 가질 수 있다.

신문은 TV가 아니다.

인물사진은 어떠한 정서적 감응력을 주지 못한다.

그래서 미국의 유수 경제 전문지인 "월 스트리트 저널"은 인물사진을 사용
하지 않는다.

꼭 필요할 경우에만 얼굴을 커리커처로 처리할 뿐이다.

마지막으로 지난주 주요 경제 이슈에 대한 한국경제신문의 기사들을 살펴
보기로 한다.

지난주 가장 큰 이슈는 큰 폭의 주가변동과 루빈 미국 재무장관의 사임이었
던 것 같다.

820선 가까이 올라간 주가는 경제의 거품논쟁을 유발시켰으나 곧 이어 급락
했다.

일부 신문에서는 이를 경제거품을 경계하는 특별 기획시리즈로 다루었으나
한국경제는 주가의 움직임에 대한 보도와 일반적인 분석만을 게재해 평면적
으로 접근한 점이 아쉽다.

하지만 미국 재무장관의 교체와 관련, 루빈 이후의 미국 경제에 대한 14일자
사설과 기사는 심층적이고 예리한 분석으로 여타 신문에 비해 돋보였다.

향후 신문의 경쟁력은 정보의 빠른 전달보다는 심층보도와 분석능력에 달려
있음을 주지하고 이러한 능력을 키우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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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1964년 부산 출생
<>서울대 경영학과
<>프랑스 파리 고등경영원 석사(MBA)
<>미국 코넬대 경제학 박사
<>고려대 경영학부 및 미국 밴더빌트대 교수
<>주요 연구분야 : 기업의 소유 및 지배구조, 경영전략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