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라디오 시티빌딩 맨 꼭대기에 있는 로열 앨버트 홀과 레인보 룸은
1999년 12월31일 저녁을 위해 이미 30년 전에 예약돼 있었다고 한다.

런던의 일류 호텔 대부분은 벌써 5년전 같은 날 저녁 시간대의 예약이
끝났다.

이처럼 서양인들의 새 천년(Millenium)에 대한 관심은 우리들이 상상하기
힘들 만큼 높다.

"천년의 기간"을 의미하는 "밀레니엄"이란 말은 서양인들에게는 친숙한
기독교용어로 더 잘 알려져있다.

그것은 그리스도가 재림하면서 지상에 세우고 1천년 동안 통치할 천년왕국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오늘날은 기독교의 구원관도 바뀌기는 했지만 역시 서양인의식 속에
"밀레니엄"은 "새 천년"을 넘어 종교적으로도 의미있는 용어일 수 밖에 없다.

요즘 세계 각국은 새 천년맞이 기념행사 준비로 들떠 있다.

유럽의 런던에서는 그럴니치에 13억달러를 들여 "밀레니엄 돔"을 건설중이고
파리에서는 에펠탑을 특수 조명을 써서 기념탑으로 만드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해마다 송년제가 열리는 뉴욕 타임스퀘어에서는 1백만명의 관광객들에게
세계 밀레니엄맞이를 생중계할 준비로 부산하다.

카이로에서는 피라미드 공연, 베이징에서는 만리장성 레이저 쇼, 베들레헴
에서는 예수탄생 2천주년 종교행사를 준비중이다.

홍콩 싱가포르 뉴질랜드 호주에서도 축제준비가 한창이다.

지구촌이 축제준비로 들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밀레니엄"이란 말조차 생소했던 우리나라에서도 지방
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기획하고 있는 행사가 전국적으로 1백여건에
이른다고 한다.

민속.문화축전, 해맞이 행사, 타종식 등 대부분 천편일률적인 일과성 행사
들이다.

비용도 줄잡아 3천억쯤 든다니 놀랍다.

외국처럼 해외 관광객을 끌어들이기에는 볼거리도 없지만 시간도 이미
늦었다.

그렇다면 국내용 행사에 이렇게 엄청난 돈과 노력을 들여야할 이유가 없다.

애당초 문화관광부가 맡아 해도 될 일을 뒤늦게 범정부차원으로 벌려 놓은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최근 출범한 새천년준비 위원회는 기념행사를 대폭 줄이는 일이 주임무여야
할텐데 그만한 힘이 있을지 걱정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