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올해 정계개편의 회오리에 휘말려 바람잘 날이 없을 듯하다.

한나라당은 대선 패배의 충격을 딛고 지난해 "8.31 전당대회"와 "11.26
전국위원회"를 통해 이회창체제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총풍.세풍 사건" 등 각종 외풍에 시달리면서 새 지도체제를
착근하는 데는 실패했다.

게다가 당 지도부 구성에 불만을 품은 김윤환 전부총재가 이 총재와
결별을 선언하면서 대구.경북(TK)지역 의원들이 "탈당 대기"상태까지 치닫는
등 극심한 내분 상태에 빠져 있다.

이처럼 불안한 상태로 새해를 맞이한 한나라당은 내각제 개헌과 국민회의의
"전국 정당화 추진" 등 정계개편의 대격랑을 어떻게 맞게 될까.

당이 사분오열될 것인가, 새로운 개혁야당으로 자리매김할 것인가.

역시 그 대답은 허주(김 전부총재의 아호)가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권 내부에서도 허주를 향후 정계개편과 정치개혁의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고 할 정도로 "효용"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법처리 대상으로는 올라 있지만 건재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허주를 구속시키면 허주계 의원들의 이합집산이 불 보듯 훤한 상황이고
이득을 보는 쪽은 이 총재이기 때문이다.

또 허주를 아직은 이 총재의 반대세력으로 남겨 둬야 한나라당을
지속적으로 흔들 수 있다는 게 여권의 계산이라는 분석이다.

허주가 뚜렷한 명분없이 이 총재와 정치적 결별을 선언한 것에 대해
"여권과의 교감설"이 흘러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아울러 허주의 행보는 국민회의 일각에서 염두에 두고 있는 "다당제로의
정계개편" 구도와 맞아 떨어질 수도 있다.

국민회의가 제1당이 되기 위해서는 허주가 한나라당을 탈당해 TK신당을
창당함으로써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분석을 한나라당 TK출신 인사들은 전면 부인한다.

현재 뚜렷한 구심점이 없는 상황에서 200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신당창당은
무리수라는 얘기다.

대신 당내 비주류와의 연합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허주와 이한동 전부총재, 소장파 중진인 강삼재 강재섭의원 등을 주축으로
"반 이회창 연합 전선"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그 시기는 이르면 2월께가 될 것이라는 설이 힘을 얻고 있다.

허주는 지난 연말 기자들과 만나 "한나라당에 대안이 없다면 결속해야
하고 도저히 선거를 할 수 없다면 달리 생각하는 사람들도 나오지
않겠는가"라며 "1,2월이 되면 방향이 설정된다"고 말했다.

최근 다른 비주류들도 이때쯤 당 지도부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당권을 놓고 벌어질 갈등 양상은 여권이 어떠한 움직임을
보이느냐에 따라 대 지각변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내각제 공론화가 본격화되면 한나라당도 대통령제와 내각제로 양분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부산.경남(PK)지역 계보의 경우 김대중 대통령과의 민주대연합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연초로 예정돼 있는 경제청문회의 김영삼 전대통령 증언 여부가
변수이긴 하지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리란 예상이다.

이 총재가 비주류측을 끌어안기 위해 안간힘을 쓰더라도 정계개편의 대세
아래에서는 "바람 앞의 등불"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 한은구 기자 to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4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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