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서서히 걷혀가는 일요일 새벽 6시.

간밤에 뿌렸던 빗줄기 때문에 운동장이 질퍽이는 데도 호텔롯데 축구회원들
은 몸풀기에 여념이 없다.

혹시라도 볼을 못찰 것 같아 풀죽었던 마음이 다시 활력을 되찾는다.

직장인들이 그렇게 고대하는 일요일 아침, 느긋하게 단잠을 즐겨야 할 시간
이지만 우리 회원들은 누구보다 일찍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닌데 오로지 축구사랑 그 하나로 다시 만난 회원들.

정말 고마울 따름이다.

"호텔롯데 축구회"는 지난 83년 창단됐다.

호텔롯데와 호텔롯데월드 직원들로 구성된 회원수는 62명.

주전으로 뛰려면 4대1의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한다.

그래서 이토록 열심인지도 모른다.

회장은 필자가 맡고 있고 서정민, 채봉수 총무가 모임의 뒷치닥거리를
도맡아 한다.

이런 정성이 모인 탓에 우리 팀의 전적은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다.

지난 96년 서울시 소재 "특1급 12개 호텔대항 축구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올해는 3위에 입상했지만 전력은 우승감이란 얘기를 많이 듣는다.

우리축구회는 "축구만을 위한 동호회"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노와 사가 함께 힘을 얻고 각 지역마다 구성된 조기축구팀들과의 경기를
통해 지역사회와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경기도 파주시 연풍 조기축구팀과 수중전을 벌였던 때가
생각난다.

당시 억수같이 퍼붓는 빗줄기 속에서 진흙범벅이 되면서도 마지막까지
페어플레이를 했던 양팀.

경기가 끝난 뒤 파주중공업고등학교 조덕중 축구감독의 배려로 따듯한 물에
깨끗하게 샤워할 수 있었다.

이때 생겨난 우정과 이해는 우리축구회를 더욱 사람냄새 나는 모임으로
만들었다.

호텔롯데 축구회는 학교운동장이나 한강 고수부지에서 연습하고 있다.

비록 천연잔디구장은 아니지만 아마추어로서의 순수함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호텔롯데 축구회원 여러분, 오늘도 화이팅합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