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반도체)에서 쉽(조선)까지"로 대표되는 국내 대기업그룹의 사업다각화
전략은 한국경제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IMF이후,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전락했다.

요즘은 핵심사업 중심의 업종전문화만이 21세기 생존을 위한 유일한
열쇠라는게 거스를수 없는 큰 흐름이 돼 버렸다.

그러나 세계적인 컨설팅업체 보스톤컨설팅그룹(BCG)의 톰 루이스 아/태지역
담당 수석부사장은 이런 논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

물론 지나친 사업다각화는 비효율을 초래한다.

그러나 업종전문화도 점점 복잡해지는 21세기 경영환경에 취약하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이런 점에서 사업다각화를 성공적으로 이끈"프리미엄 대기업(premium
conglomates)"이야말로 21세기 우량기업의 키워드라고 그는 주장한다.

그의 기고문을 요약,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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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 대기업들의 사업다각화 전략이 한국경제위기의 주범으로 매도
되는 등 "실패한 실험"으로 낙인찍혀 있다.

그러나 완전히 폐기돼야할 전략인지 재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다각화에 대한 비판을 두가지 관점에서 조명해 보자.

첫째, 다각화된 대기업들은 비효율적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가치창출을 기준으로 기업을 평가한 최근의 실증분석 결과 다음과
같이 나타났다.

1) 시장 전체로 볼때 다각화된 대기업들이 창출하는 가치가 시장 평균을
상회하고 있다.

2) 경영성과가 우수한 대기업을 분할하는 것은 가치창출이 아니다.

오히려 가치창출의 기회를 파괴하는 오류를 범할수 있다.

둘째, 사업다각화는 기업경영의 복잡성을 높여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이다.

그러나 실제다각화에 성공한 대기업들은 기업환경의 복잡성을 활용,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렇게 사업다각화에 성공한 대기업을 "프리미엄 대기업(Premium
Conglomerates)"이라고 부른다.

모든 산업에서 경영환경이 복잡해짐에 따라 요즘은 단일업종에 전문화된
기업들이 오히려 사업다각화에 성공한 대기업의 사례를 배우려고 한다.

대기업을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는 단순한 논리에 근거하고 있다.

이들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첫째, 시장은 급속히 세분화되고 경쟁은 격화일로에 있으며 경영환경도
급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어발식 사업확장을 계속할 경우 많은 사업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데 한계에 부딪치게 된다.

둘째, 자본조달이 쉬워졌다.

과거에는 대기업의 자본동원력이 중요했다.

그러나 요즘은 자본시장이 발달하면서 기업들이 사업확장을 위해 자금을
조달할수 있는 길이 많아졌다.

따라서 대기업 자체에 대한 자본 의존도가 줄었다.

결국 대기업을 사업부문별로 해체, 완전 독립시키는게 바람직한 방안으로
제시될수 있다.

그렇게 되면 기업을 경영하는 경영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맡은 사업분야에
집중할수 있어 좋고,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진정으로 원하는곳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시장 전체 입장에서는 "효과적인 가치창출"이란 바람직한 결과를 얻게 된다.

이상의 논리는 20년전이라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대기업의 사업다각화와 경영성과 사이에는 아무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지난 85년~95년 미국, 유럽, 호주의 40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바에
따르면 다각화된 대기업들의 주주 배당금은 시장 평균수준이었다.

이들중 절반이상은 오히려 시장평균치보다 많은 배당을 실시했다.

특히 상위 25%는 시장평균치보다 5%포인트나 높은 경영실적을 올렸다.

자본시장에서 기업의 이익배당은 기업의 가치창출을 측정하는 또 다른
척도다.

만약 이런 대기업들이 각각의 계열사를 해체, 독립경영했다면 경영성과가
더 나아졌을까.

최근 계열사를 분리, 독자경영체제를 구축한 16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

조사대상 16개 기업중 10개 기업은 과거 시장평균보다 실적이 나빴으나
기업분리이후 사업실적이 향상됐다.

반면 기업분리 이전부터 시장평균 이상의 실적을 올렸던 6개기업은 분리
이후 사업성과가 떨어지거나 현상 유지하는데 그쳤다.

결론적으로 대기업 분리는 기업이 제대로 가치창출을 해내지 못할때, 즉
경영성과가 시장평균에 못미칠때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기업이라고 반드시 비효율적인 기업형태는 아니다.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기업이 거둔 사업성과를 보고 내려야
한다.

건실한 대기업은 다음의 3가지 측면에서 뛰어난 경영능력을 발휘한다.

첫째, 사업다각화에 성공한 대기업(premium conglomerates)은 사업활동이
활발하고 조직이 잘 정비돼 있으며 기업의 가용자원을 적절히 분산, 배치
한다.

핵심경쟁력 우위가 있다고 판단될때는 과감히 다른사업에 뛰어들고 채산성
이 없거나 더이상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기존의 사업을 주저없이
포기하는 결단을 내릴줄 안다는 것이다.

GE가 대표적인 예다.

GE는 80년대 세계에서 "일등 혹은 이등"이 아닌 사업은 하지 않는다는
경영방침에 따라 가망없는 사업분야에서 과감히 철수했다.

87년 당시까지 괜찮은 실적을 올리던 가전분야를 프랑스 톰슨의 의료기기
사업과 맞바꿨다.

사업구조 개편이후 GE의 주주들은 주당 20.8%의 이익배당을 받았다.

이는 미국 전체 주식시장 평균을 6.4%포인트나 웃도는 수준이다.

둘째 사업뿐 아니라 아이디어에도 포트폴리오 경영을 적용한다.

ABB와 같은 회사는 소질있는 경영 관리자를 철저히 훈련, 양성한다.

이런 훈련을 거친 관리자는 경영능력에서부터 부서별 기능전반에 걸쳐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쌓게 된다.

가장 어렵고 힘든 프로젝트도 기업내에서 능력이 가장 탁월한 관리자가
맡는다.

이런 경영기법은 대기업내 다른 사업분야에 반복, 적용된다.

따라서 효율적이며 학습효과도 훨씬 빠르게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이들 프리미엄 대기업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기업이 갖고 있는
장점과 가용자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활용하여 새로운 사업분야로 확장해
가는 능력이다.

GE캐피탈의 경우 사업분야를 금융서비스 산업에서 점차 확장해 갔다.

이들 대기업들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분야에 과감히 진출했으며, 진출
하고 나서는 기존의 시장판도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만큼 뛰어난 사업능력을
발휘했다.

기업간의 활동범위를 기존의 잣대로 구분한다는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다각화된 대기업"과 "집중화된 기업"의 구분 또한 어려워지고
있다.

적자생존의 원칙이 지배하는 시장경제 체제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업은
"프리미엄 대기업"이 어떻게 효과적으로 기업환경의 복잡성을 관리하고
있는가는 배워야 할 것이다.

< 정리=노혜령 기자 hr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