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유가격이 배럴당 10달러 밑으로 떨어지면서 12년만에 한자릿수
유가시대가 다시 열렸다.

우리나라 수입원유중 대종을 이루는 중동산 두바이유 4월 인도분은 최근
9달러선까지 떨어졌으며 국제유가의 기준이되는 브렌트유도 10달러 붕괴를
눈앞에 두고있다.

연말에는 브렌트유가 7달러선까지 폭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말의 석유수출국기구(OPEC)기준유가가 18달러였던것을 감안하면
이처럼 빠른 하락세는 예상밖이다.

유가가 하락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경기침체를 겪고있는 아시아지역의
수요가 당초 예상보다 많은 하루 20만배럴 이상 줄어드는 등 전세계 수요가
생산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를 끌어 올리려면 하루 3백만배럴의 감산이 필요하지만 산유국들의
증산경쟁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여 당분간 유가의 추가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제원유가의 급락세는 IMF한파 속에서 고금리와 원자재난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산업에 한가닥 숨통을 틔워주는 반가운 일이 아닐수 없다.

에너지의 수입의존도가 97%에 이르는 현실에서 만약 지금 고유가까지
겹쳤다면 우리경제가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보면 아찔하기까지 하다.

당초 정부는 올해 원유도입액을 배럴당 18달러 기준으로 8억6천만배럴
1백55억달러 정도로 전망했었다.

그러나 유가가 현수준을 유지한다해도 원유도입액이 크게 줄어들어
연간 80억달러의 무역수지 개선 효과가 나타난다.

또 유가가 배럴당 5달러 떨어지면 생산자물가를 1%포인트 정도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분석으로 볼 때 유가하락이 물가안정에
미치는 효과도 작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유가하락이 동반할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도 철저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에너지 소비량은 1억7천8백만TOE(석유환산t)로 세계
10위권에 올라있으며 소비증가율이 매년 평균 10%에 이르고 있다.

국민들의 에너지절약 의식이 희박한데다 산업구조는 에너지 다소비형으로
돼있고 에너지효율마저 선진국에 비해 형편없이 낮은 수준이다.

IMF사태가 시작되면서 이같은 에너지 낭비를 줄이기 위한 국민적 노력이
확산되는 모습을 볼수 있어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해온 터에 지나친 국제유가
하락이 소비자들의 긴장해이를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유가는 국제정세에 따라 변덕이 심하고, 최근 우리의 외환위기가
원자재구득난으로 연결되면서 얼마동안 원유 공급이 불안정한 국면을 보였던
사례에서 볼수 있듯이 여러가지 사유로 에너지위기는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

따라서 일시적으로 저유가시대가 도래했다고 하여 에너지정책이나
절약마인드가 흐트러져서는 안된다.

오히려 지금처럼 여유가 생겼을 때 더욱 정신차려 위기 대응력을 기르고
축적해야 하며 에너지다소비형 산업구조의 개편작업과 함께 대체에너지
개발노력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유가하락은 우리의 경제위기에 약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남용할 경우
약화를 입을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