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은 연말 환율이 결정되는 30일 큰 폭으로 요동쳤다.

하루중 변동폭은 무려 4백95원으로 외환시장이 개설된 이래 가장 큰
변화를 기록했다.

이처럼 큰 폭의 변화가 이날 나타난 것은 하락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과
실제수요가 맞부딪친 데서 비롯된 것으로 여겨진다.

당초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기업체들의 연말결산이나 은행권의 BIS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 계산때 적용하는 환율이 이날 결정되는 점을
감안할 때 시장 분위기는 하락쪽으로 형성될 것으로 점쳤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환율하락을 예상한 대기성 수요가 상당규모
누적됐다는 사실이 새삼 확인됐다.


<> 시장동향 =이날 외환시장에서 첫거래는 1천2백20원에 시작됐다.

하락 기대감이 워낙 강했던 탓에 일부 은행권에서 매매기준율보다
2백29원20전이나 낮은 환율에 물량을 내놓은 결과이다.

이후 1천2백40원대까지 적지 않은 물량이 거래되면서 시장 분위기를 하락세
쪽으로 몰아가는 인상이었다.

외환딜러들 사이에서는 "시장참가자들이 공감대를 가지면 환율은 그대로
움직이게 마련"이라면서 "기업체 결산등에 큰 문제가 없는 가중평균 환율이
산출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폈다.

하지만 이같은 낙관론은 곧 불안스런 양상을 바뀌어 갔다.

달러화를 사겠다는 매수주문 수준이 계속 높게 나오면서 환율을 밀어
올렸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개장 한시간만에 환율은 무려 3백원 이상 오른 1천6백원까지
올랐고 1천7백원15원까지 뛰었다.

이날 환율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매수를 자제했던 기업체들이 그동안의
매수세를 한꺼번에 분출한 점도 환율 급등의 배경으로 꼽혔다.

특히 내년에도 상당기간 달러화 수급이 크게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달러화 매수세를 부추겼다.

후장에는 외환당국이 매도개입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감이 번지면서 더
이상의 환율 급등세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수요가 꾸준히 이어진 탓에 환율은 1천6백원대를 유지하는 모습이었다.

환율이 워낙 오르자 달러를 내다 팔았던 일부 은행들도 시장에서 달러
사재기에 나서는 모습이었다.


<> 은행및 기업결산에 미치는 영향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30일 원.달러 환율이 급등락을 거듭한 끝에 31일 매매기준율이
1천4백15원20전으로 정해지자 은행들은 모두 가슴을 쓸어내렸다.

환율수준이 BIS(국제결제은행)기준 자기자본비율 8%를 유지할 만큼 형성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1천4백15원20전의 환율도 부담스런 수준이라면서 연말결산
결과 환차손 때문에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해졌다며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은행들은 정부가 최근 연기금등을 통해 후순위채를 대거 매입, BIS비율이
8% 수준에 근접한 상태였기 때문에 환율을 최대변수로 생각하고 있었다.

때문에 은행들은 오전장 마감무렵 원달러 환율이 1천7백원선까지 오르자
BIS(국제결제은행)기준 자기자본비율 관리는 물건너갔다며 자포자기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오후들어 원달러환율 목표치방어를 위해 보유달러를 시장에 쏟아
내면서 환율도 관리가능한 수준으로 만들었다.

은행들은 일단 이같이 BIS비율 8%를 충족한 상태여서 연초에는 수출환어음
에 대한 매입을 조금이나마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럼에도 불구, 목표환율대를 1천2백원 수준으로 잡았던 일부 은행은 8%에
미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구조조정 대상이라는 시선을 받게 됐다.

임창열 부총리는 그동안 수차례의 은행장회의를 통해 연말기준으로 BIS
비율 8%를 굳이 충족할 필요가 없다고 밝혀 왔지만 은행들은 BIS비율이
사실상 살생부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모든 경영의 초점을 이에 맞춰 왔다.


<> 연초 전망 =연초의 원달러 움직임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견해도 크게
엇갈리고 있다.

외환위기가 어느정도 해소되고 있는 만큼 달러당 1천5백원선 이하에서
등락을 보여갈 것이라는 분석들이 유력하지만 의외의 추가상승도 배제할수
없다는 비관론도 적지 않다.

환율이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여갈 것으로 보는 분석가들은 연초에 미국
일본 등 주요선진국들의 지원자금 80억달러가 유입되는등 달러 물량이
상당수준 확보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또 화급했던 연말 결제수요 역시 상당폭 해소됐고 연초에는 기업들의
실수요 역시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판단을 깔고 있다.

국내금융기관들에 대한 해외채권은행들의 연장움직임도 시급한 수요를
다소는 풀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은 원달러 시세가 1천5백원을 넘어설 이유는 현재로서는
없어 보인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비관론쪽 주장도 만만치 않다.

비관론자들은 당장 연초에는 환율이 안정된 모습을 보이겠지만 우리나라의
외환위기가 완전히 해소되었다고 보기는 시기상조인 만큼 언제라도 환율이
재급등할수 있다고 보고 있다.

더우기 연말의 환율안정이 일부은행들의 담합 매매에 의한 인위적인 가격
이었던 만큼 언제든 되오를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비관론자라고는 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우리경제의 기초체력을
감안하면 달러당 1천3백원 이하를 형성하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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